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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람 Jan 01. 2016

음악에 중독된 삶, 한대수

 '행복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바람의 님


중독 中毒

어떤 사람은 중독을 갈망하며 살기도 한다.
그게, 열정의 재료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언제나 남들과 다른 나를 향하는 게 인간의 본능인데, 동시에 집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그 모호한 경계를 찾는 모습이 우리의 비극인 것 같다.


누군가는 그 지점을 발견하고 거기서 사회적 성공을 얻어낸다. 그리고 그 경계를 찾지 못한, 혹은 너무 벗어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만이 노력했고, 성공했으며, 그러므로 위대하다고 역설하고, 때로는 스스로 지도자가 되기도 한다.

사실 우리 모두가, 인류 모두가 이러한 유전적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때문에 뭔가에 중독되지 않고서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음악은 진실로 마약이며, 한번 중독되면 돌이킬 수 없다. 우리가 음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우리를 선택하는 것이다."


1948년생 한대수. 그의 할아버지는 연세대학교 설립자이자 초대 학장이다. 그의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아버지는 서울대학교 출신의 핵물리학자다. 한대수의 아버지는 미국 코넬대학Cornell University으로 유학을 떠난 뒤 7년 만에 실종된다.


한대수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초등학교는 한국에서 입학하고 미국에서 졸업한다. 중학교 역시 한국에서 입학, 하지만 아버지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미국으로. 그리고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할아버지의 권유로 수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뉴햄프셔 대학University of New Hampshire에 입학했다가 자퇴하고 뉴욕 사진학교에 들어간다.


1974년 해군에서 제대한 그는 10대에 작곡한 곡들을 중심으로 첫 앨범 <멀고 먼 길>을 발표한다. 이듬해 1975년에 발표한 2집 <고무신>은 '체제 전복을 꾀하는 곡'들이라는 이유로 정부에 의해 앨범이 수거된다. 그리고 그는 다시 미국으로 떠난다. 1989년, 오랜 공백을 넘어 다시 고국에 돌아온다.


"나는 내 음악이 제일 좋아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라고 생각해. 하하하. 남이 인정하든 않든 상관없어. 고통받는 인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요. 나는 내 음악으로부터 인생의 도움을 받아요."


진정한 의미의 포크음악은 이런 모습인 걸까? 한대수의 음악은, 특히 그의 가사들은, 70년대(작곡된 시기를 기준으로 보면 60년대) 작품이라고 보기엔 너무 앞서 있다. 40년이 흐른 지금, 2015년의 시각으로 봐도 일반적인 의미의 대중음악이라고 부르기 힘들것 같다.


그는 마치 인생을 통째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그러나 삶의 고통쯤은 달관한 모습으로 노래한다. 대중음악이라기보다 시에 가까운 그의 노래는, 그래서 조금은 대중들과 거리를 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같은 무대에서 활동했던 '세시봉' 가수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 거리감이 느껴진다.


한대수는 음악에 중독됐지만 어쩌면 삶에 중독된 건지도 모른다. 알코올에 중독된 아내를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하고 돌보며 어린 딸을 키우고 있다.


행복의 나라로 가자고 노래한 바람의 님, 한대수. 그가 지금 사는 곳은 진짜 행복의 나라일지도 모른다. 그에게 이곳은 '밤과 하늘과 바람 안에서 태양이 비춰주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딸 '양호'양이  등장하는 MV. 2011년. 오리지널 앨범과 비교해서 템포는 많이 느려졌지만, 무려 40년이 지났음에도, 그의 목소리는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행복의 나라로 / 한대수


장막을 걷어라 너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떠보자
창문을 열어라 춤추는 산들바람을 한번 또 느껴보자
가벼운 풀밭 위로 나를 걷게 해주세 봄과 새들 소리를 듣고 싶소
울고 웃고 싶소 내 마음을 만져줘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접어드는 초저녁 누워 공상에 들어 생각에 도취했소
벽에 작은 창가로 흘러드는 산뜻한 노는 아이들 소리
아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친다면 밤과 하늘과 바람 안에서
비와 천둥의 소리 이겨 춤을 추겠네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고개 숙인 그대여 눈을 떠봐요 귀도 또 기울이세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 찾을 수 없이 밤과 낮 구별 없이
고개 들고서 오세 손에 손을 잡고서 청춘과 유혹의 뒷장 넘기며
광야는 넓어요 하늘은 또 푸러요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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