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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람 Feb 03. 2016

내 안의 슬픔과 공명하는 음악

엘라 피츠제럴드 Ella Fitzgerald - Misty

비가 며칠씩 계속 오면 조금씩 우울해진다.

그리고 오히려 우울한 음악이 그리워진다.

감정을 밖으로 꺼내고 싶을 만큼 우울함이 쌓이기 때문일까?


우울한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은 슬픈 음악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누군가 옆에서 울고 있다고 내가 슬퍼지는 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우울한 기억을 건드려줄 뭔가가 나를 슬프게 만드는 것 같다.


그게 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하는지는 알 수 있다.


그건 가사 때문도 아니고 가수 때문도 아니다. 어쩌면 기억과도 상관없을지 모른다.


그냥 내 안에 있는 슬픔과 비슷한 진동을 가졌기 때문이다.


공명 현상이 물리적인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감정도, 생각도, 모두 고유의 진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명은 언제라도 발생하게 된다. 심장의 박동도 고유의 진동이 있으니까.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가 부른 에롤 가너Erroll Garner <Misty>는 슬픔 하고 거의 관계없는 노래다.


Look at me, I'm as helpless as a kitten up a tree
And I feel like I'm clingin' to a cloud
I can't understand I get misty just holding your hand

나를 봐요. 나는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아기 고양이 같아요.

구름에 매달려 있는 듯한 기분이에요.

어찌 된 일인지 당신 손만 잡고 있어도 안개에 싸여 버리는 거예요.

Walk my way and a thousand violins begin to play
Or it might be the sound of your hello
That music I hear I get misty the moment you're near

길을 걸으면 수많은 바이올린이 연주를 시작해요.

아니면 그게 당신의 ‘안녕’이라는 목소리일까요?

나에게 들리는 그 음악, 당신이 가까이에 있는 순간, 나는 안개에 싸여버리지요

Can't you see that you're leading me on?

And it's just what I want you to do
Don't you notice how hopelessly I'm lost
That's why I'm following you

당신이 나를 유혹하고 있는 걸 모르세요?

그건 바로 내가 바라는 일이에요.

내가 얼마나 희망을 잃고 헤맸는지 당신은 몰라요

그게 당신을 따르는 이유입니다.

On my own when I wander through this wonderland alone
Never knowing my right foot from my left

My hat from my glove, I'm too misty and too much in love

혼자서 이 이상한 나라를 걸어가면,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할 수도 없어요. 모자도 장갑도 알 수 없어요.

나는 안개에 싸였어요. 그리고 너무나 사랑하고 있는 거예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들뜬 마음이 느껴지는 노래다.


이 노래에서 나는 슬픔을 느낀다.

아니, 내 안의 슬픔은 이 노래와 공명한다.

노래가 멈추면 다시 현실이 보인다.

그리고 슬픔은 멀어지기 시작한다.


비가 며칠씩 계속되는 날,

이 노래는 멈출 수가 없다.

멈추면 다시 시작하고, 또다시 시작한다.


그렇게 슬픔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다.

그러길 원하는 게 내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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