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별의 노래 O du, mein holder abendstern
바그너Richard Wagner의 오페라는 지루하다.
우선 내용이 장황하고 지나치게 작가 자신의 철학을 우격다짐으로 강요하는 느낌이 강하다. 또 관객의 음악적인 요구에 부응하지 않고 오만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한다. 거기다가 독일어로 된 텍스트를 알아듣기 어려운 한국 관객들에게는 그야말로 잠이 솔솔 오는 공연이 되고 만다.
하지만,
바그너의 음악은 토를 달기 어려우리만큼 아름답고 치밀하다.
그래서,
신파적이면서도 지나치게 교훈적이기까지 한 탄호이저Tannhäuser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탄호이저는 작곡가 자신이 낭만적 오페라라는 부제를 붙인 작품이니, 그 이후에 만든 반지 시리즈-4개의 작품으로 나흘간 공연하는 니벨룽엔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같은 악극Musikdrama에 이르면 한숨이 절로 나오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음악이 구원한 오페라가 바로 바그너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인생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으로 인생의 모든 순간이 마치 목숨이 걸린 시험인 것처럼 긴장된 자세로 사는 건 신도 원치 않는 모습이 아닐까?
아무튼,
아름다운 선율이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탄호이저는 바그너에 대한 모든 불쾌한 감정을 씻고도 남는다.
그가 공공연한 반유대주의자라는 역겨움도, 히틀러가 나치 집회에 항상 바그너의 음악을 사용했다는 것도, 이스라엘에서 바그너의 작품이 사실상의 연주 금지라는 사실도, 편견 없고 사랑으로 충만한 음악이 흐르는 동안은 잊을 수 있을 정도다.
종교적이며 도덕적인 이유로 갈등의 중심에 있는 탄호이저,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칠 정도로 순수한 사랑을 상징하는 엘리자베트Elizabeth, 그런 엘리자베트를 곁에서 보며 아픈 사랑을 끝까지 간직하는 기사 볼프람Wolfram von Eschenbach.
약간의 상황과 직업을 바꾸면 신파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 대본은 바그너의 다른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바그너 자신이 썼다. 내용은 신파적이지만 가사에서는 아름다운 문학의 향기가 물씬 난다.
볼프람이 엘리자베트의 죽음-탄호이저를 위한 그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예감하고 저녁별의 노래O du, mein holder abendstern를 부른다.
Wie Todesahnung Dämm rung deckt die Lande,
umhüllt das Tal mit schwärzlichem Gewande;
der Seele, die nach jenen Höhn verlangt,
vor ihrem Flug durch Nacht und Grausen bangt.
Da scheinest du, o lieblichster der Sterne,
dein Sanftes Licht entsendest du der Ferne;
die nächt'ge Dämm rung teilt dein lieber Strahl,
und freundlich zeigst du den Weg aus dem Tal.
죽음의 예감인양 황혼이 땅을 덮고
골짜기를 검은 옷이 감싼다.
아득히 높은 곳을 향하는 그녀의 영혼에도
밤의 공포를 가로 지르는 길은 두렵다.
여러 별들 중 가장 아름다운 별이여, 빛을 내서
아늑한 등불을 저 멀리 보내어,
부드러운 빛이 밤의 어두움을 헤치고
골짜기의 길을 친히 가리켜 주오.
O du, mein holder Abendstern,
wohl grüsst' ich immer dich so gern:
vom Herzen, das sie nie verriet,
grüsse sie, wenn sie vorbei dir zieht,
wenn sie entschwebt dem Tal der Erden,
ein sel'ger Engel dort zu werden!
오 나의 자애(慈愛)로운 저녁별이여,
나는 언제나 행복한 기분으로 반겨 맞지만,
그녀를 결코 배반할 리 없는 이 마음을,
꼭 전해 주시오, 그녀가 지나갈 때에.
아득히 높은 곳에서 천사가 되기 위해
그녀가 이 땅의 골짜기에서 날아오를 때에.
캐나다에서 태어난 러시아계 유대인 조지 런던George London의 노래로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