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go al factotum / 세빌리아의 이발사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는 즐겁다. 대체로 그렇다는 느낌이다.
가끔은 모차르트Mozart와 비교가 되기도 하는 그의 음악은 오페라가 가장 많이 알려져있다.
모차르트도 그렇지만 로시니 역시 즐거움이 가득한 자신의 음악과는 달리 힘든 삶을 살았다. 물론 청년기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당시 세계문화의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탄탄한 경력과 직업을 얻게 되지만, 어린 시절의 어려웠던 기억이 그의 몸에 병으로 나타나서 흔적을 남긴다.
40대 중반에 마이어베어Giacomo Meyerbeer의 오페라 위그노 교도들Les Huguenots이 대성공을 거둔 것을 보고 그만 오페라 작곡을 그만둔다.
라이벌의식 때문이었는지, 너무나 훌륭한 오페라를 보고 의욕을 잃은 건지, 혹은 그냥 충동적인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정말 갑작스런 은퇴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작곡을 완전히 그만둔 건 아니었다. 그 후, 볼로냐 음악학교 교장으로 몇 년간 일하고 파리에서 만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오페라가 아닌 음악을 몇 곡 발표했다. 젊어서 성공하고 많은 돈을 번 로시니가 파티를 즐기기 위해 음악을 그만뒀다는 출처 불명의 소문이 떠도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이 어떻든 로시니의 음악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건 분명하다.
1816년 그의 나이 26세에 13일 만에 작곡했다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는, 희극 오페라인 오페라 부파Opera buffa의 일인자 로시니의 명성에 걸맞은 작품이다. 랩처럼 빠른 템포로 말하듯이 노래하는 피가로의 노래를 듣노라면 유쾌한 음악과 가사에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하고, 저음의 가수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사를 내뱉는 모습에서 가끔은 위태로운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Largo al factotum은 사랑을 얻으려는 알마비바 백작을 도와 황당한 아이디어를 구사하는 피가로의 유명한 아리아다.
비켜라 이 몸은 거리의 만능 일꾼.
서둘러 가게로, 벌써 날이 밝았으니.
아, 이 얼마나 멋있는 삶이냐, 신나는 놀이냐,
이발사 신세로, 좋은 솜씨만 있다면.
아, 훌륭해 피가로, 훌륭해, 최고로 훌륭해,
운도 최고, 정말로. 훌륭해
준비만 잘 하면 뭐든 다 해,
밤이건 낮이건 가리지 않고 언제나 여기저기 출장을 가지.
최고의 극락(極樂), 이발사 신세로, 이처럼 고상한 생활은 없어.
면도칼에 빗, 수술용 칼에 가위는
언제나 쓸 수 있게 모두 여기 있다.
더구나 거기에는 일의 밑천이 있어,
부인네가 찾아도, 신사 분이 찾아도
아, 이 얼마나 멋있는 삶이냐, 신나는 놀이냐,
이발사 신세로 좋은 솜씨만 있다면.
모두가 나를 찾는다. 모두가 나를 바란다.
귀부인, 젊은이, 늙은이, 아가씨.
여기서는 가발 저기서는 서둘러 콧수염
여기서는 피를 빼 달라고, 저기서는 서둘러 편지를
모두가 나를 찾는다. 모두가 나를 바란다.
여기서는 가발 저기서는 서둘러 콧수염
저기서는 서둘러 편지를
피가로, 피가로
세상에, 이 광란이란!
세상에, 이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한 분씩 부디 부탁합니다요.
어이 피가로! 여기 있습니다.
어이 피가로! 네, 여기 대령했습니다.
피가로가 여기 있다, 피가로가 저기 있다!
피가로가 올라간다, 피가로가 내려간다
재빨리, 남달리 재빠르게
마치 번갯불 같아요.
나는 바로 거리의 만능 일꾼.
아, 훌륭해 피가로 훌륭해, 최고로 훌륭해,
운도 최고, 최고, 최고, 정말로!
아, 훌륭해 피가로 훌륭해, 최고로 훌륭해,
너에게 행운이 내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바로 거리의 만능 일꾼!
1막에서 이발사 피가로가 자신을 소개하는 이 노래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에 나오는 더 이상 날지 못하리Non piu andrai와 돈 조반니Don Giovanni중의 카탈로그의 노래Madamina, Il catalogo e questa와 더불어 희극 오페라 최고의 아리아로 손꼽히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