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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Mar 25. 2021

아기와 함께한 홈클래스

엄마만의 시간을 생각해 보다

“나 이번 주 토요일에 친구들 만나기로 했어요. 아이들 봐줄 수 있어요?”

“응 알겠어. 저녁까지 맛있게 먹고 들어와요.”

“진짜? 나 그럼 진짜 늦게 들어온다!”     


  엄마만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핑계가 필요했다. 생각해낸 방법은 친구와의 약속을 잡는 것이었다. 친구들을 만난다는 것은 혼자 나갈 수 있는 가장 그럴싸한 이유였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잡은 날이 아이들과 집을 떠나 혼자의 몸으로 훨훨 외출할 수 있는 날 이었다. 이 날은 일부러 가방도 안 들고 외투만 덜렁 입고 거기에 카드 한 장, 휴대폰만 챙겨서 나갔다. 아이들과 외출을 준비할 때 가방에 아이들 집을 바리바리 싸 들고 잔뜩 짊어져야 하는 날에서 해방되었다는 것을 마음껏 만끽하고 싶었다. 맛있는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잔뜩 떨다가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 되면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허전했다. 허탈한 마음이 들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나갔다 오면 에너지가 충전 되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임신을 하면서 읽은 수많은 육아서와 엄마 에세이에서는 ‘엄마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말했다. 책을 읽으며‘엄마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알았는데 어떻게 시간을 만들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지 않았다. 나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를 잘 키우는 엄마 역할에 대해서 더 열심히 공부했지만 생각보다 나는 나를 잘 몰랐다. 밤새 원인 모를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대할 때 참을성의 한계를 지나간 그 시점에서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어떤 사람이 되어갈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갈된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할 수 있는지 잘 몰랐다.     


 아이를 키우면서 에너지가 고갈되었던 이유는 육아가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력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나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구나.’라고 느끼고 한없이 무기력해졌다. 이런 나에게 육아를 하면서 고갈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서는 ‘노력한 만큼 어떤 결과를 얻는’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했다. 홈클래스를 하면서 그림을 알려드리고 시간과 공을 들일수록 완성되는 수강생 분의 작품을 보면서 성취감, 뿌듯함을 느꼈다. 아이 둘을 데리고 홈클래스 수업을 했지만 나를 채우는 의미로는 충분한‘엄마만의 시간’을 보냈다.     



 이번 주는 아기를 키우는 엄마를 위한 민화 수업을 할게요.

 


 홈클래스를 시작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수업은 아기맘을 위한 수업 이었다. 하고 싶은 일, 배우고 싶은 것이 있어도 아기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집에 넓게 깨끗한 이불을 깔아두고 엄마가 편하게 그림을 그리다 아기가 엄마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아기를 돌보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수업을 준비했다.     


 “응, 잠깐만 엄마 거의 다 했어.”

 “까꿍! 연우야, 은수야 아가 까꿍 하면서 재밌게 놀아줄까?”     


 시작은 호기로웠는데 첫 수업부터 아기맘을 위한 수업이 엄마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민화를 그리면 아이들 돌보면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큰 착각 이었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과 식당에 가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밥을 먹는 것도 그런데 하물며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 아이를 데리고 와도 된다고 해도 누가 돌봐 주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면 그림 그리는 일이 생각했던 것 보다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 이었다.     

 그 이후 딱 한 번 더 아기맘 수업을 신청하신 분이 계셨다. 그 분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셨는데 그림 그리기를 워낙 좋아하셔서 혼자 그림을 그리기도 하시고 아기를 데리고 전시회도 다니신다고 했다. 셋째를 임신하고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고 덕분에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셋째가 엄청난 복덩이 라고 말씀 하시면서 이 아이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엄마의 자유를 구속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기를 낳고 키우는 시간이 ‘엄마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친구를 만나서 이런 저런 사는 얘기하고, 힘든 것도 얘기하면서 위로를 주고받으면 ‘그래, 이제 다 풀어냈으니까 집에 가서 또 열심히 살아보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엄마분도 계셨다. 친구를 만나고 수다를 떨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던 나와는 다르게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을 주고  받으면서 속에 있는 앙금을 털어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엄마 분들도 계셨다.  모든 엄마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고 있었다.


 

 그럼 엄마가 되려면 뭘 준비해야 돼요?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아기를 낳는 것에 대해 고민하면서 했던 질문이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기 전에 아기를 목욕시키고 기저귀를 갈고 이유식을 만드는 방법 등 아기를 키우는 방법을 미리 알아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 또한 첫째를 임신했을 때 그랬고 정말 공부를 많이 했다.     

 '지금 해보고 싶은 거 다 하세요! 늘어지게 잠도 자고 하루 종일 멍 때리기도 하고 혼자 산책도 하고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것도 그냥 다 해보세요. 아기는 태어나면 어떻게든 키우게 되어 있어요. 미리 공부하려고 하지 마세요.'  

 궁금한 것이 생겨서 맘 카페에 질문을 올리면 이제 막 아기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은 한결같은 대답을 했다. 지금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지금 해야 될 일은 그게 아니라고. 그런데 그 때는 그 말이 왜 그렇게 귀에 안 들렸을까. 예전 내 모습이 생각나서 후배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냥 지금을 즐겨. 어떤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은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음악은 무엇인지, 체력의 한계치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함을 느끼는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한 사람인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중요한 사람인지, 남편하고 싸울 때 어떻게 싸우는지 어떻게 화해를 하는지 그런 걸 잘 아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

 “아, 그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이런 대답을 들은 후배는 오히려 아기 키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 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엄마가 된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질문 들이다. 어쩌면 그만큼 우리는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엄마 됨을 준비할 때‘아기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나를 어떻게 잘 챙겨가면서 엄마 역할을 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보자. 아기를 낳고 힘이 들 때 마다 하나씩 하나씩 해 보면서 나를 채워갈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 그게 정말 ‘엄마만의 시간’을 만드는 준비이고 ‘엄마 됨’의 준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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