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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함 Apr 18. 2022

43. 삽질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천장에 붙어 일하길 몇 주째, 새삼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를 그리며 여러 장애를 갖게 된 일화가 생각난다. 그의 집념에 비할 수 없지만 나도 도 닦는 심정으로 일한다. 세왕이는 주중에 재택근무를 해서 주말에만 일했는데 몇 주째 삽질만 하고 있다. 우리 집의 취약점 중 하나는 뒤꼍에 배수가 안 되는 것인데 비만 오면 질퍽거리고 잘 마르지도 않아서 늘 습습하다. 게다가 바닥에서 타고 올라온 습에 나무가 썩었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유공관을 묻기로 했다.


 나는 처음부터 포크레인을 불러서 작업하자 했지만 최 씨 고집은 인간 포크레인이 되어 책임지고 땅을 파겠다며 큰소리친다. 그렇게 몇 주째 삽질을 하던 어느 날. ‘으어억’ 큰소리가 나서 가보니 아뿔싸 삽질을 하다 허리를 삐끗했단다. 할 일이 태산인데 아프다니 일도 못하고 병시중을 든다. 삽질도 내가 한다. 삽질 내내 깊은 빡침이 올라온다. 유공관 묻을 때같이 묻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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