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기둥과 인방(가로) 문선(세로)을 세워 뼈대를 만든다. 벽채를 만들기 위해 굵은 대나무 또는 각목으로 힘살을 세운다. 그 뒤 새끼줄로 외(대나무 쫄대)를 엮어 살을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살 위에 발로 꾹꾹 치댄 볏짚 섞인 흙을 붙이고 외벽은 회벽으로 미장을, 내벽은 신문지, 한지, 벽지 등을 붙인다. 엄청난 공이 들어가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만든 흙벽은 생각보다 튼튼했지만 단열은 정말 취약하다. 흙이 마르며 틈이 생기는데 이곳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온다. 겨울에는 얼마나 추웠을까?
따뜻한 집을 위해 외벽은 모두 털어내기로 했다.
천장에 붙이는 흙이 부족할 때마다 벽을 하나씩 하나씩 털었다. 망치로 힘껏 두들기면 투두둑 떨어진다. 스트레스 풀기 좋다. 벽 하나를 몇 분 안에 털어내는지 시간을 잰다. 점점 빨라지더니 이제는 10분도 안 돼서 벽을 통째로 떼어낸다. 그렇게 심취해 미친 듯 벽을 털다 연두색 신상 빗자루가 깔려서 4등분이 되었다. 뭐든 과하면 좋지 않다. 미안 빗자루.
천장에 쓰고 남은 흙은 언젠가 쓰임을 위해 자루에 담거나 벽을 통째로 세워 보관한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에너지 절약 시범학교였다. 그때의 가르침을 따라 아나바다를 실천하며 살고 있는데 시간이 흐르며 약간 변질이 되었다. 뭐든 쓸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니 맥시멀 라이프와 에코 라이프의 짬뽕 컬래버레이션이다. 이고 지고 사는 내가 생각해도 참 고달픈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