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삶은 꼭 사계절을 닮았다

나만의 방식으로 작품이 되어갈 엄마를 응원합니다

by 김나현 작가

책을 쓰겠다고 생각했을 때 처음 생각한 독자는 바로 나와 똑 닮은 딸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엄마가 된 것처럼 딸도 그런 힘듦을 겪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거든요. 딸만큼은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마음으로는 흰 화면에 한 글자도 적지 못했습니다. 직업병을 내려놓고 일기를 쓰듯 글을 쓰면서, 엄마가 되고 겪지 않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힘들다고 생각한 일들이 사실은 삶을 바꾼 계기였고, 아픔의 순간들이 없었다면 이 책 또한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가르치겠다’라는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 대신 힘들었던 순간부터 변화의 순간까지 아이를 낳고 키우며 겪은 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자기 전에 “이야기 들려주세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들려주곤 했던 ‘너희들이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걷기 시작했을 때’ ‘많이 아프고 다쳤을 때’ 같은 이야기들이 엄마가 되기까지의 긴 이야기를 이루는 조각들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어떤 의미였는지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일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되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음으로 이야기의 조각과 의미를 적다 보니 글이 가진 생명력으로 이렇게 한 편의 책이 완성되었지요.


엄마의 삶은 꼭 계절과 같았습니다. 처음 엄마가 되어 마주한 시리고 차가운 겨울을 지나 나만의 방식으로 육아의 답을 찾아가며 싹트는 봄을 맞이했습니다.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삶이 익숙해질 무렵, 그동안 잊고 있던 ‘나’를 찾겠다며 뜨겁게 불태운 여 름에는 화려한 꽃을 피웠어요. ‘나’를 찾겠다는 엄마의 몸부림은 다시 한번 성장통을 겪게 했습니다. 무엇이든 다 해내는 슈퍼우먼 같은 엄마의 아름다운 꽃잎을 떨어뜨려야 했어요.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성장하는 삶을 시작하면서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마침내 열매가 무르익는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계절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겨울이 찾아왔고 엄마의 몸과 마음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찾아온 겨울은 분명 처음과 같은 겨울은 아니었습니다. 차디찬 눈속에 가을에 맺은 열매를 품고 있으니까요.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면 눈은 녹아 땅을 적시고 그 위로 더욱 많은 싹이 돋아나면서 처음과는 다른 파릇한 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계절이 언제이든 그 시간 또한 지나갑니다. 계절은 돌고 돌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반복되는 계절을 마주하며 엄마의 삶은 점점 풍성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넓어져서 많은 존재를 품을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누구도 아닌 엄마, 바로 우리가 말이죠.


또 어떤 존재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킬지 모르지만 그 또한 우리는 잘 살아낼 것입니다. 엄마가 되어 완전히 바뀐 삶을 살아낸 내공이 한겨울 가득 쌓인 눈을 녹여줄 것입니다.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나갈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응원합니다. 누군가의 정답이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용기를, 그로써 변화될 엄마의 모습을, 가족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응원합니다.



인쇄소에서 책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며, 뭉클했던 그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세상 모든 엄마들의 경험이 작품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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