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존감 키우기ㅡ엄마라는 이름으로 작품이 됩니다

by 김나현 작가


한 달 정도 되는 짧은 신혼 시절, 남편이 레고를 좋아해서 ‘레고시티’를 사서 같이 만든 적이 있습니다. 설명서대로 만들어서 진열장에 잘 놓아두었는데, 첫 아이가 남자아이라 그런지 커가면서 자동차와 굴러가는 바퀴에 관심을 보였고 결국 진열장에 있던 레고시티는 아이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손이 야물지 못했던 아이는 완성된 자동차와 탈것들을 종종 떨어뜨렸고 그때마다 자동차는 하나씩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레고 블록은 남아나지 않았고 잘 진열되어 있던 레고시티는 결국 벌크가 되었지요. 처음에는 그 벌크를 모아 레고시티를 재건해보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아이는 완성된 자동차를 탐냈고 결국 다시 벌크가 되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레고시티가 산산이 부서지고 난 다음 생각지 못한 일이 생겼어요. 유난히 자동차를 좋아하는 첫째에게 차를 사주지 말고 만들어주자며, 남편이 설명서도 없는 새로운 탈것들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때부터 아빠는 ‘레고 지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가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아이는 “아빠, 뭐 만들어주세요!” 하며 아빠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뒤섞인 벌크 속에서 새로운 자동차가 탄생할 때마다 아이는 참 즐거워했지요. 그러다 아이가 직접 레고로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이거 보세요!” 하면서 보여준 것은 제법 자동차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어요. 그렇게 레고 벌크 속에서 수많은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그날그날 만든 것을 손에 쥐고 잘 만큼 레고 사랑이 각별한데, 신기하게도 다음 날이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새로운 레고 자동차가 생겨납니다. 레고 벌크는 예전 레고시티의 모습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매일 새롭게 ‘무언가’가 됩니다. 오히려 부서지고 낱낱이 흩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지요. 다시 태어난 레고 작품은 그전보다 훨씬 멋있을 때도 있었어요. 예전 레고시티의 모습을 되찾으려고만 했다면 절대로 만날 수 없는 멋진 작품들이었지요. 오늘도 어김없이 레고 벌크 속에서 나만의 탈것을 만드는 아이를 보며 느낍니다. 엄마인 나도 아이들 덕분에 산산이 부서졌다가 다시 새로운 작품이 되어가는 중이라는 걸 말이죠.



엄마들을 집으로 초대해 민화를 그릴 때, 분명 똑같은 밑그림 위에 색을 칠하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면 그 어느 그림도 똑같은 것이 없었어요. 사람마다 붓을 쓰는 방법도 다르고 좋아하는 색감도 달랐거든요. 밑그림이 똑같을지라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모두 다른 작품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어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에 책도 읽고 부모 강연도 많이 들었어요. 어떤 엄마를 좋은 엄마라고 하는지 배웠고 융

통성 없는 저는 그대로 따라했지요. 하지만 모방하는 과정에서 나와 아이에게 잘 맞지 않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육아 현실 속에서 좌절하는 날이 이어졌지요.

‘나’를 찾는 작은 도전들을 시작하면서 많은 엄마들을 만났고, 엄마가 되는 일은 누구에게라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위안을 받았어요. 그렇게 조금씩 엄마의 자존감을 되찾으면서 알고 있던 지식을 나와 가족에게 맞게 비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책에 있는 정답에 끼워 맞춰 사는 삶이 아닌 나만의 답을 찾아 나가기 시작했지요.책이나 강연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나와 우리 가족에게 맞는 방법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힘. 그 힘은 나와 가족을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어떤 아이인지, 그 아이를 키우는 나와 남편은 어떤 사람인지 관찰하고 알아가면서 우리 가족의 삶을 담아낼 바구니를 짰어요. 바구니를 엮어낼 실마리는 항상 일상 속에 있었고, 어렵게 발견해낸 실마리들이 엉성하지만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위에 아이들의 그림까지 그려지면서 우리 가족만의 삶의 방식이 작품으로 완성되어가고 있지요.



세상에 있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만큼 다양한 삶의 방식이 서로 다른 작품이 되어 존재할 것입니다. 어떤 작품도 똑같은 것은 없고 틀린 것도 없지요. 우리는 엄마와 아이 그리고 남편까지, 가족의 창의력으로 우리만의 작품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색을 칠하고 엉뚱한 곳에 엉뚱한 색을 칠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나’ 그리고 ‘우리’라는 이름의 작품일 것입니다



❣ 브런치 작가 합격하고 맨 처음 썼던 글이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자존감 수업>의 한 꼭지가 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nahyeon09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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