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의 자존감을 키워준 최고의 도구 OOO
아이를 키우며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책 속에서 정답을 찾았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조언에 고개를 끄덕여가며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다짐했지요. 하지만 잘해보려는 엄마의 마음과 다르게 아이가 바로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책에서 ‘엄마의 자존감이 아이의 자존감을 키운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읽었지만 그 말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몰랐어요. 당장은 아이를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어떻게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은 항상 예측을 빗나가는 행동을 했고 계속해서 당혹스러운 육아의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전문가의 말대로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없이 모자라 보였고, 아이를 잘 키워보고 싶어서 찾기 시작한 수많은 육아 지식은 오히려 엄마로서의 자존감을 망가뜨리는 독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육아 효능감’이 바닥을 치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글로 쓰는 건 나도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엄마의 육아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일기 하면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적는 것을 떠올리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여유롭게 하루를 되돌아보고 일기를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메모지를 들고 다니며 그때그때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아이에게 화를 냈거나 속상한 일이 있었다면 어떤 일 때문이었는지 간단하게 하루를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하루를 기록하며 짧게 문장으로 적었던 내용 중에서 조금 길게 풀어내고 싶은 것들이 생겼어요. 대부분 ‘엄마 역할에 버거움을 느끼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적기 시작한 것이 자연스럽게 육아일기가 되었지요. 육아가 힘들었던 상황을 떠올리며 글을 쓰다 보니 마치 꿈속에서 내 모습을 관찰하는 것처럼 그때 그 장면 속의 ‘나’를 제3자가 되어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육아일기를 쓰며 아이에게 화가 나고 속상한 마음을 풀어내고 나면 ‘아,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그럴 때는 일기의 마지막 부분을 내 마음대로 지어내보았습니다. 같은 문제 상황에서 ‘내가 이렇게 했으면 좋았겠다’라고 생각한 모습을 이야기로 지어서 써본 것이지요.
그렇게 적기 시작하니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떼를 써서 욱하고 화가 날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무언가가 스르륵 빠져나와서 화가 난 내 모습을 또 다른 내가 관찰하는 경험을 했지요. 꿈을 꾸는 것도 아니었고 글을 쓰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그 순간 저는 유체이탈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탈출한 무언가가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어요. 그러자 욱하려던 마음이 가라앉고 일기에 ‘내가 이런 엄마였으면 좋겠다!’ 하고 썼던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내가 아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강의로 듣거나 읽기만 한 지식은 쉽게 잊히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을 하면 그 과정에서 더 또렷하게 기억하게 되는 것이지요. 엄마의 육아 공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제가 책을 읽고 그 지식을 그대로 내 삶에 적용할 때는 잘 안 되던 것들이 육아일기를 쓰면서 조금씩 내 상황과 ‘나’라는 엄마에게 잘 맞는 육아 방법을 찾아갈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죠.
책 《꿈꾸는 다락방》에서는 구체적으로 상상할수록 그 일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육아일기를 쓰면서 스스로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상황에서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그런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육아 효능감이 좋아지고 엄마의 자존감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를 키우며 마주하는 문제 상황에서 끙끙거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일기로 써보면 어떨까요?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눈에 보이도록 적어 내려가다 보면 엄마는 자신만의 좋은 해결 방법을 저절로 떠올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지금 내가 처한 문제 상황과 내가 바라는 모습을 함께 적으면서 글 속의 모습을 실제 내 삶으로 가지고 온다면 그게 바로 나만의 육아법을 정리한 ‘육아서’가 되겠죠. 저도 생활 속 작은 글감들을 조금씩 모아가다 이렇게 제 이름 석 자가 적힌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미 아이를 잘 키우고 있어서가 아니라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좀 더 잘 살아내고 싶어서 글을 쓰고 책을 쓰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읽기보다는 쓰기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지금 내 삶을 육아서의 한 꼭지라고 생각하고 적어보는 경험이 눈으로 읽기만 한 지식보다 훨씬 더 빠르게 내 삶을 바꿔나갈 것입니다. 그렇게 바뀐 삶은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육아를 수월하게 느끼게 할 것이고 엄마의 자존감은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