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제2편 사물을 고르게 하다 - 성인의 경지
사랑하는 딸 그리고 아들!
오늘은 둘에게 장자의 제2편 제물론(사물을 고르게 하다)의 한 구절을 소개해 주고 싶어.
자네도 너무 성급하게 어림짐작을 하는 것 같군. 달걀을 보고 새벽을 알리는 닭울음을 들으려 하고, 화살을 보고 비둘기구이를 생각하는 일과 같으니.
-장자. 현암사. 오강남풀이. 119쪽
이 문장을 보면서 엄마는 많은 생각이 들었단다. 빨리 결과를 내려고 했던 지난날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야. '달걀을 보고 새벽을 알리는 닭울음을 들으려 한다'는 말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니? 엄마는 성급하게 원하는 바를 이루고 싶어 하는 마음을 꼬집어 이야기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화살을 보고 비둘기구이를 생각하는 것' 또한 아직 활시위를 당겨 비둘기를 잡지도 않았는데, 화살촉만 보고 비둘기 고기를 미리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지.
그런데 말이야.
장자의 맨 처음, 제1편 소요유(자유롭게 노닐다)에 위의 내용과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가 하나 나와.
'북쪽 깊은 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살았는데, 이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었고 이름을 '붕'이라 하였습니다. 한번 기운을 모아 힘차게 날아오르면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았습니다.
-장자. 현암사. 오강남풀이. 26쪽
물고기가 변해서 새가 된다는 것도 신기한데, 이 새는 한번 날아오르면 날개가 구름같이 크고 저~ 멀리 날아갈 수 있을 만큼 커다랗고 커다란 새라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만큼 장자에서는 우리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삶에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두 이야기를 같이 놓고 보니까 어때?
엄마는 조금 이상하더라고. 한 편에서는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한 편에서는 내가 가진 적은 가능성도 무시하지 말고 보듬고 다듬어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말하니 말이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들렸거든. 이 둘의 차이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어.
그리고 두 이야기의 공백을 채워줄 단어를 찾았단다. 바로 '과정' 이야.
달걀도 분명 우렁차게 아침을 알리는 수탉이 될 수 있어. 어쩌면, 또다시 알을 낳고 품는 암탉이 될 수도 있고. 그런데, '달걀을 보고 닭울음소리'를 들으려 하는 것은 알을 품고, 그 알에서 병아리가 태어나고, 병아리가 자라 수탉과 암탉이 되는 이 '과정'을 훌쩍 건너뛴 것이잖아. 반면, 소요유의 문장에서는 '물고기'에서 '새'가 되어가는 과정을 '변하다'라고 표현하고 있고 말이야. 여기서 잠깐 옆길로 살~짝 새어서 과학 이야기를 해 보자면, 사실 '물고기'가 변해서 '새'가 된 건 과학적으로도 맞는 이야기란다. 인류를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의 가장 먼 공통 조상은 물고기 형태의 생물이거든. (하하^^;;)
엄마가 학창 시절에 영어단어를 외울 때, 엄마만의 단어카드가 있었는데 그 카드에는 헷갈릴만한 단어들을 한 곳에 모아 두고는 했단다. 예를 들어, propse (제안하다)와 purpose(목적, 의도) 이런 단어를 같이 써두는 것이지. 그리고 이 모양과 비슷한 단어들을 계속 추가해 나가면서 단어를 외웠어. 헷갈릴 것 같지만, 오히려 두 단어 사이의 차이를 살피면서 의외로 단어를 더 쉽고, 헷갈리지 않게 외울 수 있었단다.
갑자기 엄마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렇게 책을 읽다 보면 '어? 서로 다른 얘기 같은데?' 하는 부분을 만나기도 하거든. 그럴 때 지나치지 말고 곰곰이 생각하고 뜯어보면 그 문장의 의미가 내 삶에 더 깊이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야. 앞으로도 서로 다른 듯 하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장자 함께 나누어보자.
나의 가능성을 믿고
변화의 과정을 마주하며 겪어낼 용기를 내기
엄마는 오늘 너희와 나눈 두 문장을 이 한 문장으로 엄마 마음에 새겼어. 너희는 이 두 장자의 구절 사이의 빈 공간을 어떤 단어로 채워 넣고 싶니? 엄마가 찾은 '과정' 말고도 또 다른 멋진 단어가 있을 것 같아 궁금하다. 너희의 답장을 받을 날이 오겠지?
그날을 기다리며,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