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절대 오토바이는 안 타겠다더니

믿었던 그랩, 네가 그럴 줄이야!

by 김나현 작가


“이동수단이 없으니까 정말 너무 답답해.”

“그래도 오토바이는 너무 위험하지 않아?”

“여기서 보니까 애들 중간에 태우고 잘 다니더라. 한번 고민해 보자. 여행 와서는 그랩타도 상관없지만, 앞으로 여기서 2년 동안 생활하면서 이동수단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알겠어. 고민해 보자.”

“뭐야. 결국 안 사겠다는 거야?”

“아니, 그냥 조금 고민해 보자고. 그랩으로도 충분히 잘 다녔잖아.”

고민해 보자는 나의 말뜻을 남편은 단박에 알아챘다. 맞다. 오토바이만큼은 정말, 별로 사고 싶지 않았다. 베트남으로 오면서 고민되었던 것 중 하나는 이동수단이었다. 한국처럼 차를 사기엔 너무 비쌌다. 그렇다고 오토바이를 사자니 그것 또한 안전 때문에 내키지 않았다. 한국의 카카오택시 같은 그랩 어플을 활용해서 택시를 부르면 쾌적하고 저렴하게 원하는 장소로 갈 수 있었기에, 나는 더더욱 이동수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10분 거리를 단돈 1500원으로 갈 수 있는 도시에서 굳이 오토바이가 필요할까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며칠을 어영부영 그랩을 타고 돌아다니던 어느 날, 평소처럼 그랩을 불러 마트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그랩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금요일 저녁에다가, 베트남의 설 연휴 뗏 기간이어서 타려는 사람은 많고 태워주는 사람은 적었다. 겨우 잡힌 택시 한 대의 ‘3분 후에 도착’이라는 알림이 3분이 넘도록 이어져서 타기로 한 장소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매연을 뿜어내는 길 한복판에서 그랩 어플에 뜬 택시기사의 번호판과 수없이 지나가는 차들의 번호판을 비교하기를 10분째, 그때, 주머니 속 핸드폰에서 경쾌한 알람음이 울렸다. '드디어!'



반가운 마음에 어플을 켜 보니, 운전기사가 그랩 예약을 취소해 버렸다. “아이씨 진짜! 뭐야! 이런 게 어딨 어!” 기대감이 무너진 자리에 솟구친 짜증을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그런 엄마의 눈치를 보며 남편과 아이들이 바짝 긴장했다. “왜, 무슨 일인데?” 남편이 조심스레 물었고, 전후사정을 알게 된 남편은 그냥 걸어가자고 제안했다. 1500원이면 도착할 우리 집, 그랩을 타고 5분 정도 가면 될 거리를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20분이 넘게 걸어갔다. 한밤중이지만 더운 열기와 매캐한 매연을 뿜어내는 공기를 헤치며 걷자니 먼지와 땀이 뒤섞여 방울방울 맺혀 흘러내렸다.



“엄마,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화난 엄마의 심기가 상할까 봐 잡은 엄마의 손을 살며시 뺀 딸이 손바닥에 찬 땀을 후후 불어가며 조심스레 물었다.

“응.”

“엄마, 근데 우리 집에 언제 도착해?”

“아...., 저 앞에 다리 보이지? 저 다리만 건너면 그래도 금방 도착할 거야. 한...., 10분즘?”

“아, 그렇구나. 근데 엄마 많이 화났어?”

“아니, 그냥. 택시기사가 오는 줄 알았거든. 연우, 은수, 아빠가 더운데 서 있어서 시원한 차 타고 집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니까 속상했어.”

“나는 혹시 엄마가 우리 때문에 화난 줄 알고. 그럼 우리 때문에 화난 건 아니지?”

“그럼 당연히 아니지! 엄마가 은수 때문에 왜 화가 나. 아니야. 절대 아니니까 그런 걱정 마. 알겠지? 그나저나, 우리 딸 다리가 아파서 어쩌나, 엄마가 업어줄까?”

“아니 괜찮아. 이제 조금만 가면 되니까 걸을 수 있어!”

“우리 딸 다 컸네. 그래도 아프고 힘들면 얘기해. 엄마 힘세!”

땀이 나도록 딸의 손을 꼭 잡았다. 드디어 집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정말 대단하다고 서로를 토닥토닥 위로해 주었다. 먼지 범벅이 된 몸을 씻어내며, 어쩌면 우리 집에도 가까운 거리를 오갈 수 있는 이동수단이 하나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토바이만 있었어도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을 텐데....,”

잠들기 전 남편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이동수단의 필요성을 슬쩍, 내비쳤다.

“그래, 오늘 조금 힘들긴 하더라. 나 혼자면 괜찮은데 애들이 좀 힘들었을 것 같아. 내일 오토바이 보러 갈까?” 내 말을 들은 남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평소의 내가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들을 하게 된다. 평생 뚜벅이로 살 거라는 다짐과 달리, 운전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것은 아이들이 집에서 먼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녀야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오른쪽 페달이 엑셀인지 브레이크인지 헷갈리며 어린이집과 집만 겨우 오가던 내가, 운전을 배우고 난 다음, 남편이 걱정할 만큼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쏘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저자강연을 듣고 싶어 난생처음 고속도로를 타기도 하고. 혼자 두 아이를 태우고 시골 부모님 댁을 방문하기도 했다. 멘토 활동을 하면서 멘티들을 데리고 웨이브파크와 과학관등 체험학습도 다녀올 수 있었다. 운전에 능숙해질수록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고, 삶 속에 경험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새로운 거주지에서, 새로운 이동수단이 또 내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까?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쏘다닐 수 있을까? 아직은 그려지지 않는 미래의 모습이지만 그 속에는 덩그러니 나 혼자가 아닌 가족이 함께하기에 조금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래, 강아지도 오토바이를 타는 베트남이라고!!!!

사람을 못 태울게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