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뚜벅이 엄마의 오토바이 상륙작전

남편의 허리 대신, 안장 손잡이를 꼬옥 잡았다

by 김나현 작가
쎄 납 디엔(Xe đạp điện) - 오토바이인지 자전거인지 모를, 그 중간즈음 탈것을 파는곳!

그랩을 타고 오토바이 매장으로 가는 길, 아무말 못하고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내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우리가 탄 차의 운전기사님은 연속 빵빵 크랙션을 울리며 아슬아슬하게 오토바이 옆을 지나쳐 갔다. 옆 오토바이 운전자와 하이파이브라도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어! 아저씨!!!! 잠깐만요!!!!!!”

아슬아슬하게 날카로운 경적음과 묵직한 엔진음 사이를 오가는 택시 안에서 급한 마음에 말이 터져나왔다. 기사님이 신호도 없는 길에서 오토바이들이 지나가는 길 한 가운데를 뚫고 좌회전을 시도하는게 아닌가! 아저씨는 깜짝 놀라기는커녕 백미러로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한 손을 들고 흔들며 "콤싸오, 콤싸오.(괜찮아요)" 라 말했다. 머리를 빼꼼 내민 우리 차 옆으로 오토바이들은 조금씩 속도를 줄였고, 그 틈을 비집고 기사님은 꾹꾹 앞으로 운전해 나갔다.



“이 사이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 사러가는건 정확하게는 전기자전거야. 그런데 오토바이랑 거의 비슷하게 생겼어. 최대 속도만 조금 느리지. 처음은 조금 낯설어서 그렇지, 익숙해지고 나면 괜찮을거야. 돌아올때는 같이 타고 가보자. 내가 운전하고.”

“어? 어...., 응.”



버럭 소리를 지른 것이 민망해질 무렵, 우리는 오토바이 매장에 도착했다. 내 입에서 절로 "깜언(고맙습니다)"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법천지라 생각했던 이 도로 위에서, 나름의 질서로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다준 기사님이 진심으로 경이로웠다. 한국에서 ‘오토바이’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도로 위의 무법자’이다. 운전할때도 오토바이는 최대한 피하고 봤다. 그런 내가 지금 여기 오토바이를 사러 왔다니!



“우리는 아이가 두 명 이에요. 추천해주실 만한 제품이 있나요?”

“아, 그러면 이 모델이 가장 괜찮아요. 마력이 높거든요.”

다행이 매장 직원이 영어를 할 줄 알아서 우리 가족에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추천받았다. 가격은 1490만동, 우리나라 돈으로 약 70~80만원 정도였다. 한국에서 파는 전기자전거에 비하면 성능도 훨씬 좋고 가격은 훨씬 저렴한 편이었다. 국제면허증이 없는 우리 부부가 탈 수 있는게 전기자전거였다. 외국인이 오토바이를 타는 경우 공안의 눈에 걸리면 어떤 이유에서건 내라는대로 벌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전기자전거는 법적으로 ‘자전거’에 속해서 면허가 없어도 운전할 수 있고, 공안에게 걸릴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 어차피 수 많은 오토바이 사이를 지나가려면, 시속 50km이상 속도를 낼 수도 없을 것 같았기에, 이왕 사야 한다면 오토바이 같이 생긴 전기자전거인 ‘쎄 납 디엔(Xe đạp điện)’을 사는게 가장 나았다.


“혹시 시승해볼 수 있나요?”

남편은 직접 타봐야 할 것 같다며 시승을 부탁했다. 직원은 흔쾌히 베터리가 장착된 같은 모델의 오토바이인듯 오토바이가 아닌 오토바이같은 전기자전거 한 대를 도로로 끌고 나갔다. ‘응? 이게 된다고? 저기 밖으로 갑자기 나간다고?’ 맨 처음 운전면허학원에서 연수를 받을때, 운전자 옆 좌석에 앉은 선생님이 한 번도 운전경험이 없는 나에게 “자, 이제 도로로 나가보세요.”라는 얘기를 들었을때 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나보다 더 작은 체구의 여직원이 자기 몸집만한 시커먼 오토바이를 낑낑거리며 밖으로 끌고 나왔다.

“음. 도로 위에서 갑자기 타도 괜찮을까?”

“그러게, 나도 좀 긴장돼네.”

도로 쪽으로 오토바이를 끌고가던 여직원은 핸들을 틀어 매장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아, 여기서 타 보라는 건가봐. 이건 괜찮겠는데!”

다행이 건물 옆에 가로등이 몇개 켜져있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 하나 있었다.


직원은 키를 대고 브레이크처럼 생긴것을 한번 쥐고 났더니 ‘READY’라는 불이 들어왔다.

“여기 앉아서 운전해 보세요. 핸들의 손잡이를 돌리면 속도가 올라가요.”

남편은 살짝 상기된 얼굴로 전기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손잡이를 돌려쥐는 순간, 쏜살같이 저 만치 앞으로 갔다. 나름 균형도 잘 잡는 것 같고 브레이크도 잘 잡는 것 같아서 다행이구나 싶었다. 돌아온 남편이 함빡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서 내렸다.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몇 가지를 확인한 다음, 베터리를 장착한 우리의 오토바이가 매장 밖으로 나왔다. 어떻게 저 사이를 들어가나 고민하던 찰나, 매장직원은 친절하게 남편이 수 많은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도로위에 안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깜언!” 직접 도로위로 나가 오토바이 물살을 가르고 우리의 새로운 오토바이가 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 직원이 정말 고마웠다.



갈라진 오토바이 물결 틈으로 살포시 두 바퀴를 굴린 우리의 오토바이는 조금씩 조금씩 속도를 냈다. 가끔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남자 뒤에서 허리를 꼬옥 감싸고 “오빠, 달려!”를 외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의 현실은, 나 때문에 남편 운전에 방해가 될까봐 잃을까 봐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는 겁쟁이 탑승객일 뿐이었다. 혹시라도 나의 움찔거림이 남편의 운전에 방해가 될까 싶어 남편의 허리대신 안장 아래에 있는 손잡이를 꼭 잡았다. 긴장해서 움츠러든 몸이 앞으로 맨 가방 때문에 더 동그랗게 굽어졌다. 빨간불, 잠시 멈춰선 우리의 오토바이 옆에 한 커플이 탄 오토바이가 보였다. 뒤에 앉은 여자는 앞에서 운전하는 남자의 허리를 꼭 감싸안으며 포근히 기대고 있었다.

“어때? 괜찮아? 생각보다 나쁘지 않지? 허리 잡아도 괜찮아.”

“응? 응! 그래. 자기 운전 잘하네! 근데 오늘은 그냥 여기 손잡이 잡을게. 혹시 방해될까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까봐 꼭 다물고 있던 입을 잠시 풀어 남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남편은 코너를 돌거나, 차가 옆에 있을때 연신 빵빵 크락션을 울렸다. 한국에서의 빵빵과는 다르게 “내가 지금 가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소리였다. 그런데도 굳이, 정말 굳이 근소하게 옆으로 밀고 들어오는 차와 오토바이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야! 직진이 먼저 아니냐!!!’ 라며 소리를 질렀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딱 10분이 걸렸다. 손에 땀을 쥐는 레이싱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속이 다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을 이었다.



“와, 이제 좀 살것같아. 그동안 진짜 답답했었는데! 내일 애들 태우고 학교 갈게.”

“그래. 그 대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안전이 제일 중요한거 알지?”

남편의 등을 토닥였다. 안장 아래 손잡이를 꽉 잡아서 하얗게 질렸던 손에 선명하게 한 줄이 생겨있었다. 긴장한 나와 달리 아이들을 태우고 학교에 갈 생각에 남편은 신이난듯 보였다. 이미 이 시커먼 이동수단이 우리 집으로 들어온 순간, 불안함과 편리함 사이의 외줄타기는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말 나온김에, 자기도 한번 연습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이번 주말 어때?”

“어? 음...., 그래 한번 해 보지 뭐.”

남편의 제안에 응하기는 했지만, 사실 속마음은 여전히 복잡미묘했다. 남편 뒤에 타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근육통이 올 만큼 긴장하는 내가, 과연 이 거친 오토바이의 물결 속에서 혼자 핸들을 잡고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하지만 한국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엑셀과 브레이크를 처음 밟았던 그때처럼, 엄마라는 이름이 다시 한번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꿔놓기를 기대하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베트남에서의 첫 라이딩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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