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는 무섭지만, 엄마는 강하니까

작전명! 두 아이를 태우고 안전하게 등교하라!

by 김나현 작가


코로나가 일상 생활을 바꿔두었던 그때, 나는 남편에게 운전연수를 받았다. 시어머님도 말리고 형님도 모두 말렸지만 남편과의 운전연수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조수석에서 알게 모르게 남편의 운전을 보며 배운 탓인지 금방 운전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오토바이는 조금 달랐다. 우선 자동차와 달리 온 사방이 뻥 뚫려있다. 넘어지거나, 누군가 나에게 와서 부딪히면 보호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 횡덩그레한 두 바퀴위에 몸을 맡기려면, 그만큼 내가 운전과 도로에 익숙해져야 했다. 우선 거의 100kg에 달하는 전기 오토바이는 출발위치에 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묵직한 몸뚱이를 휘청휘청 움직이며 출발선에 세우고 난 다음 손잡이를 돌려 속도를 내면 되는, 이 간단한 준비를 하는데도 온 몸에 땀이 났다.

“속도가 느리면 오히려 균형 잡기가 어렵거든. 그러니까 속도를 좀 내는게 나을 수 있어.”

“응.”

잔뜩 긴장한 탓에 ‘응’왜에는 더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손잡이를 살짝 돌려 보았더니 갑자기 부앙 하고 속도가 나버렸다.

“으악!!! 엄마!!!!”

익숙하지 않은 탓에 온갖 호들갑을 떨며 브레이크를 잡았더니 육중한 전기오토바이는 갑자기 멈춰서버렸다. 속도가 줄어든 만큼 균형을 잃어버린 기계를 쓰러지지 않게 잡아 세우느라 온 몸의 근육세포들이 깨어났다.

“괜찮아?”

“응!”

그 잠깐 사이에 한참 멀어진 남편이 걱정스럽게 지르는 소리에도 ‘응’하고 답하고 말았다. ‘나 정말, 이거 운전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었지만, 당장 아이 등하교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내가 먼저 이 기계와 친해져야 앞에 한 명, 뒤에 한 명을 태우고 안전하게 등하교를 할 수 있었기에 부지런히 기계를 익혔다. 조금씩 속도가 줄어들 즈음 한쪽발을 살짝 내려서 오토바이를 받칠 준비까지 하는 여유가 생기자 아이들을 태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드디어 결전의 날, 오토바이에 두 아이를 태우며 신신 당부를 했다.

“얘들아. 엄마가 운전하는 동안 아무말도 하면 안 돼. 처음 잡았던 손도 다른데 잡으면 안 돼. 그냥 가만히 있어야돼 알겠지? 될 수 있으면 처음 앉은 대로 그대로 가만히 있어야돼. 알겠지? 응?”

“응! 알겠어. 엄마 나 근데 앞에타 뒤에타?”

“내가 앞에 탈래!”

“그래! 그럼 내가 뒤에 탈게!”

걱정하는 엄마와 달리 아이들은 전기 오토바이를 탈 생각에 잔뜩 신이나 있었다.

‘자, 한번 가 보자. 안전하게 안전이 제일 중요해. 천천히 가자.’

안전을 다짐하고 헬멧을 사이좋게 나눠쓴 우리 셋은 오토바이 무게만큼의 무게를 안장에 얹었다. 앞 자리에 아이 한 명을 태우니 엉덩이는 한참 뒤로 밀려나고 다리는 갈 곳을 잃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 갈 곳을 잃은 발이 허공에 쭉 뻗쳐 안절부절 못 하다가 아이가 내려놓은 다리 옆 아주 좁은 공간을 발끝의 감각으로 찾아 안착시켰다. 겁이 많은 첫째가 앞에탄 까닭에 나름 백미러라고 달려있는 거울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더이상 긴장된다고 온 몸을 웅크린채로 전기오토바이를 탈 수 없었다. 백미러가 보이도록 허리를 쭉 펴고 가슴을 활짝 열었다. 손에는 여전히 힘이 잔뜩 들어가고 땀이 흥건했지만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가볍게 땀을 식혀주었다.

“빵빵!!!”

도로 한 가운데에서 남과 다른 속도로 가고있던 내가 답답했던지 뒤에 따라오던 차가 경적을 울렸다.

“아, 네네~ 옆으로 갈게요. 갑니다요~”

차에탄 운전자에게 들리지 않을텐데도 급해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소리내 말했다. 내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속도는 딱 시속 10~15km 정도였다. 그 속도를 유지하면서 침착하게 학교를 향해 운전했다. 우회전은 그나마 괜찮은데 좌회전이 문제였다. 그나마 신호등이 있으면 다행이다. 없는 곳에서 도로를 뚫고 지나가야 하는 길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눈치코치 작전으로 수행해야 했다. 내 옆에 서 있던 오토바이들은 눈치코치 작전을 열심히 실천하며 살살 요리조리 좌회전을 해 나갔지만 나는 도로 가장자리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잠시 오토바이와 차 무리들이 지나가기를 한참 기다렸다.

“엄마, 우리는 왜 안가?”

“우리는 이 차랑 오토바이 다 지나가면 갈 거야. 엄마는 안전하게 도착하고 싶거든.”

“응.”

우리만 가지 않는 게 이상했던지 아이가 묻는 말을 듣자, 남편에게 운전연수를 받았을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럴때는 계속 기다리지 말고 그냥 우회전 해서 들어갔다가 왼쪽으로 끼어들면 돼.”

“응, 그건 아는데. 그래도 나는 아직 초보니까 안전하게 가고싶어. 여기 차 다 지나가면 그때 갈게요.”

남편에게 운전연수를 받다가 싸울뻔한 때가 있었으니, 바로 우회전을 할 때였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우회전을 먼저 하고 깜빡이를 켜서 좌측으로 끼어들면 된다는걸 알고있었으나, 쌩쌩 차가 달리는 도로에 내 차를 들이민다는게 불안했다. 뒤에 있는 차가 답답하겠다는 미안함에 차를 오른쪽에 바짝 붙여 내가 안전하게 좌회전 할 수 있는 때를 기다렸다. 전기 오토바이를 운전할때도 마찬가지였다.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내가 안전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자, 이제 다시 출발한다.”

“엄마, 이제 조금 있으면 학교다. 저기 앞에 보여!”

모든 차와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횡덩그레해진 도로위에서 조금씩 속도를 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라이더'였지만, 내 등 뒤에 맞닿은 아이들의 온기와 앞좌석에서 헬멧 사이로 삐져나온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책임지며 운전해야 하는 '안전제일 라이더'이기도 해야 했다. 남들은 눈치코치로 5분 만에 갈 거리를 나는 10분을 걸려 도착했지만 뭐 어떠랴.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보다 아이의 명랑한 목소리가 내게는 훨씬 더 중요한 이정표였다. 비록 온몸은 땀으로 젖고 발끝은 저릿했지만, 무사히 학교 앞에 도착해 아이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나니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앗, 여기서 끝이 아니지? 나 이제 이거 타고 집으로 가야 하는데? 어차피 애들 태우러 다시 와야 하니까 그냥...., 여기 주차하고 집까지는 걸어갈까?^^;;;;' 긴장이 풀린 몸으로 한참을 갈등하다가 '어차피 연습해야 하니까!'하며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일부러 조금 빙그르르 돌아 집으로 돌아갔다. 무서운 좌회전이 없는 길이었다.



불과 몇주 전에 처음 전기 오토바이를 샀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지금은 아이들을 태우고 10분거리 학원 라이딩도 연습하고, 걸어가기에는 조금 멀고 그랩을 타기에는 가까운 곳들을 직접 운전해서 가보기 시작했다. 오토바이를 겁내던 사람이었지만 오토바이와 함께 호치민에서의 삶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역시 '엄마'라는 이름은 강하다. 아이들 덕분에 용감한 엄마가 되어 앱에 출발지와 목적지에 점을 찍던 사람에서, 두 점을 연결하는 라이더가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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