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을 갑작스럽게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한산하고, 학교의 개학과 개강은 연기되고, 오프라인 모임들은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취소되고, 갑작스럽게 리모트워크의 한 종류인 재택 근무를 시작하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회사들도 많아졌습니다. 재택 근무 하고 계신 분들, 해보니 어떠신가요? 재택 근무 도입을 검토하는 회사들은 무엇을 좀 더 고민해보셔야 할까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드리려 합니다. 재택 근무는 리모트워크(Remote work)의 형태 중 하나입니다. 리모트워크란 얼굴을 맞대지 않고일하는 비대면 업무 방식으로, 원격 근무를 말합니다. 재택 근무 외에 디지털 노마드, 장기 출장 등도 리모트워크에 속하죠.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기술이 발전한 덕에 우리는 꼭 한날 한시에 같은 공간에 머무르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노트북(컴퓨터)만 있다면 일하는 장소가 집이든, 카페든, 코워킹 스페이스이든, 사무실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는 사실 이미 도래한 지 오래입니다. ‘인터넷과 노트북만 있으면 일할 수 있다’는 말, 어떻게 들리시나요? 말은 쉬워 보이지만, 회사에서 이를 실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바로 이 이유로 재택 근무를 할 때 생각해보아야 할 지점들이 생깁니다.
재택 근무 중인 당신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원칙 3가지
코로나 19 확산으로 재택 근무를 도입할지 말지 고민하는 A 회사 대표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커뮤니케이션’ 이였습니다. 오히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고민이었는데요, 같은 사무실에 있다면 말 몇 마디를 하거나 10분 이내로 끝낼 수 있는 이야기도 슬랙이나 카카오톡, 메일 등으로 나누다 보면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메시지나 메일을 보내고 응답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요. 텍스트로만 메시지가 전달될 때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 역시 고민이었습니다. 이를테면 "OOO 업무를 빨리 끝내주세요" 하는 이야기도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상대방의 표정과 목소리 톤, 맥락을 알 수 있는데 텍스트로만 전달되면 ‘감정’이 전해지지 않으니 오해가 생길 수 있죠. 리모트워크가 가능한 회사에서,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동료를 마주하며 일하는 회사로 이직한 B의 사유 역시 이런 점들 때문이었습니다.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때로는 더 많이 기다려야 하는 것 등이 그에게는 비효율로 느껴지고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일까요? 1178명의 전직원이 리모트워크를 하는 오토매틱 (Automattic, 온라인 블로그 플랫폼 워드프레스의 개발사)은 “커뮤니케이션은 산소다(Communication is Oxygen)”라는 사내 격언이 있을 정도로 커뮤니케이션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회사 설립 때부터 리모트워크 방식으로 일해 온 스터디파이나 로켓펀치 역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으로 일하기 위한 규칙과 기준들을 정리해 놓기도 했는데요. 재택 근무를 하며 함께 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원칙은 크게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완결형으로 말하기 상대방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하세요. 참조가 될 정보를 제시하는 것도 좋습니다. 2. 문서화 논의 내용을 가능한 빠르고 정확하게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공유하기 논의 사항 및 결과는 공개 채널에서 모든 구성원에게 투명하게 공유해야 합니다. 아래 예시는 조직 구성원들이 100% 원격으로 일하고 있는 스터디파이에서 함께 일하는 파트너인 스터디 코치에게 강좌 개설을 요청하는 문서 중 일부입니다. 설명/비고 항목을 볼까요? 각 항목마다 이 일을 처음 하는 사람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있도록 명확한 정보를 주며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습니다.
재택 근무를 하며 내가 보내고 있는 메일과 메시지는 얼마나 ‘완결’되어 있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어떤가요?
서로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제 몫을 해내고 있다는 믿음
갑작스럽게 재택 근무를 도입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C는 "이렇게 일할 거라면 차라리 사무실에 출근하는 편이 낫겠다"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출근 시간에는 그날의 할 일을 엑셀로 정리해서 메일로 보고하고, 퇴근 시간에는 이 일들 중 무엇을 했고 못 했는지, 못 했다면 왜 못 했는지 보고하고, 상사로부터 답이 와야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서요. 또 다른 회사에 다니는 D는 "각자 일을 하고 있는지 안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일하는 시간 내내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켜 놓고 일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내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직원을 믿지 못하면 이런 비효율이 일어나는 것이죠. 로켓펀치 조민희 대표와 "성악설을 믿는 사람들은 리모트워크가 불가능하다"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요, ‘감시하지 않는데 어떻게 조직이 운영되나’, ‘온종일 놀아도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재택 근무는 곧 휴가다’ 같은 생각을 하는 분에게 리모트워크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해 슬랙·트렐로·노션 같은 도구를 갖추고 사용법을 익히고 일의 규칙을 갖추어 나간다 한들,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방이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하면 다 소용이 없는 일이니까요. 서로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제 몫을 해내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고, 스스로도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높은 자율성은 ‘높은 책임감과 집중력’과 같은 말이라 생각하는데요, 이런 환경을 선호하는 개인이라면 자신이 주도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떤 환경에서 업무 효율과 생산성이 가장 좋은지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 정말 필요합니다.
언제 어디에 있는 것과 상관없이 일의 결과를 내는 ‘프로페셔널’인지도 자문해보아야 해요. 사무실이 아닌 공간에서 일할 때 일의 몰입을 방해하며 우리를 유혹하는 요소는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고, 업무를 감독하는 사람도 없고 바로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없으면 외롭거나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그간 막연히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거나, 리모트워크를 시행 중인 회사로 이직하고 싶다는 직장인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런 형태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려는 회사의 대표·임원 역시 자주 만났죠. 갑작스럽게 ‘코로나19 사태’라는 상황에 부딪혀 이를 검토해야 하는 것이 많이 아쉽지만, 이 시기를 우리 조직 구성원에게, 또 나에게 ‘더 맞는’, ‘더 좋은’ 일하는 방식을 점검해보는 시기로 삼으면 어떨까요. 모두에게 힘든 시기가 잘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마칩니다.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