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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해결책일까?

나in나 essay 19

by 나in나


따뜻한 햇볕에 봄바람이 포근하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도 식힐 겸 산책을 나섰다. 한참 봄에 취해 벚꽃과 파란 하늘 그리고 풀꽃들을 살펴보며 거닐었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봄에 관심 없다는 듯 그것들에 무관심하게 빠르게 오갔다. 들은 아래쪽만 보고 걷는데도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을 인지할 수 있는 건지 멈칫하며 멈추거나 부딪치지 않게 비껴가는 것이 용했다.


한참을 걷다가 횡단보도 앞에 섰을 때 나의 시선은 사람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손에 쥐어진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서 있었다. 횡단보도에 다가서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스마트폰 사용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편리하고 유용하게 느껴졌던 만큼 씁쓸하게 밀려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만 쳐다보느라 주변을 살피지 않고 걷는 사람들을 ‘스몸비족(스마트폰+좀비)’이라고 부른다. 횡단보도 앞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하는 각자의 이유는 있겠으나, 많은 사람들이 스몸비족인가 싶은 사실이 새삼스레 놀라웠다.

순간 바닥에 빨간 불빛이 보였다. 그동안은 바닥에 횡단보도 신호등 색과 같은 색을 내는 조명에 별생각이 없었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서 설치했겠거니 연하게 여겼다. 언젠가 도로에 차량이 줄줄이 이어져 대형차량이 신호등을 가리고 있어서 보행 신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바닥 조명의 색이 초록불로 변경되 신호를 놓치지 않고 건널 수 있었다. 그날 보행자게 유용하다고 여겼던 것이 전부였다.

귀가 후 산책하며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가 정확한 명칭이 궁금해서 검색했더니 '바닥 신호등'었다. 신개념 교통 시설물로 도입된 LED 바닥 신호등이었다. 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걸으면 시야 폭이 56% 감소하게 되며 전방 주시율이 85%가 떨어진다는 교통안전공단의 분석 결과 따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스몸비족의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노인과 어린이 등 교통 약자의 안전을 위해서 도입 것이었다. 바닥 신호등은 스몸비족에게 신호를 인지시킬 뿐만 아니라 비가 오거나 어두운 밤 도로와 횡단보도를 명확하게 구분 지어 유용하다는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었다. 교통안전공단 조사 결과, 바닥 신호등 설치 이후 교통신호준수율이 90%대로 높아졌다고 하니 보행자의 안전에 기여한 훌륭한 보조 시설인 셈이다.


보행대기 중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보행자에게 신호를 인지시키려고 바닥에 신호등을 설치했다는 도입 배경은 기발하면서도 씁쓸하게 다가왔다. 스몸비족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개선는 대신 신호등의 위치를 변경하여 추가 설치해 안전을 도모해야만 하는 상황이 웃프기도 했다.


스마트폰 사용 습관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알고는 있지만 조절이 어렵고 통제가 어렵다는 사실도 인정할 것이다.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므로 개선되지 않는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고정값으로 두고 안전을 지켜낼 방법을 도입한 것은 감사하게 여긴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 습관이 개선되지 않을 때 일어날 모든 사항들에 대책을 마련해 제공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문해력이 저하됨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니 언젠가는 각종 시험들을 문서가 아닌 영상 문제로 전환하고 음성으로 답하게 되는 날이 려나.


진정한 해결책이 제공되고 있는 것인지 또 다른 해결책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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