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in나 essay 17
시간은 영원하다는 거짓말을 믿지 않는다. 이미 지나온 과거가 알려주었고 오늘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속삭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일이 올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내일이라는 희망을 품고 살고 있다.
우리는 이미 짧다면 짧은 생을 살았고 길다면 긴 생을 살았다. 그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남은 시간을 알 수 있다면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하고 싶은 일만 할 것이다. 가끔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이 일치하는 사람이 부럽기도 했다. 꿈을 이루어 성공한 사람들이 그러하게 보여서다.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지 않은가. 그에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자신의 삶에 가치를 느끼며 사는 것은 일생을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며 지내는 상상은 벌써 즐겁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이기에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없다고들 말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사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라고 말이다. 정작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시키는 말은 아닐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고 해서 이기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의 행위가 사회적 규범적 약속들에 반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가수는 노래를 하고 싶어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작가는 글을 쓰고 싶어서 쓴다. 독자에게 감흥을 준다. 요리사는 요리가 하고 싶어서 한다. 고객에게 오감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도 충분히 이타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하는 자신의 삶을 불평하거나 스트레스 느낄 필요도 없다. 바꿀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이미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당장은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고 싶은 것에 방향성만 맞추어 산다면 괜찮다.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길로 가까워지고 있는 과정일 수도 있다. 숲 속에서는 자신이 걷는 길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막상 숲 속을 벗어나면 맞게 온 것이구나 하고 마음 놓이는 것처럼 말이다.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한 가지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지 않은가. 해야만 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여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원하는 일을 정성껏 할 수 있는 내일도 올 테니 말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다기보다 그저 도움이 되는 사람이길 바라며 단 한 사람에게라도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다. 누군가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부족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에는 아주 소소하지만 예를 들자면 길가의 쓰레기를 줍는 것, 길 가다 무거운 짐을 끙끙대는 이에게 나의 힘을 더해 주는 것 등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며 도움을 주는 일인데 어렵지 않아서 더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직까지도 이뿐이라서 서글픈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할 수 있으니 감사하지' 하는 마음으로 지낸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보다 나만을 위해 사는 것이 이기적인 것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일이 누군가와 나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일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를 생의 시간은 해야만 했던 일이 아닌 하고 싶었던 일들만 하며 지내고 싶다. <우리에게 꼭 필요했고 이 세상에 도움이 되어 준 나in나가 편안히 영면하다>라는 인생의 피날레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