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in나 詩 30
그날은 고요했다. 달력과 내가 우리만의 비밀로 삼자고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도 모르고 지나가는 그런 날이었다. 어느 해의 그날은 평소보다 더 조용하게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고요함 속에 느껴지는 평온함은 감사함을 불러일으켰다. 무탈히 1년을 보내고 생일을 맞이한 것에 대한 감사였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날이 달라졌다. 00시 00분이 되기 무섭게 각종 알림들로 소란스러운 하루가 되었다. 나를 잘 안다고 할 수 없는 이들의 형식적인 축하 연락들. 나에게는 불필요한 각종 쿠폰들. 잇따른 상업적 축하 메시지들이 불편해졌다. 달력과 나만 기억할 땐 몰랐던 씁쓸함이 하필 생일날 기습했다. 한 살 더 먹으니 그만큼 단단해지라는 건가. 외로움과 씁쓸함, 가식에 좀 더 무뎌지라는 건가. 긍정적으로 마음을 추스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몇 해를 지났을까. 상업적이든 형식적이든 '내 존재를 축하해 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들의 목적이야 어쨌든 간에 그들에게는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외침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의 존재 자체가 축하받을 일이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존재라는 것 또한 감사할 일이었다. 고요함 속에 느꼈던 감사와는 다른 감사함이 마음 깊숙이까지 밀치고 들어왔다. 어느 해 생일,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생일 축하 알림들이 더 이상 귀찮지 않았다. 반가웠다. 가장 먼저 누가 나를 축하해 주나. 또 어디서 나를 부르나. 또 누가 나를 필요로 하나. 달력과 나만 기억하고 싶었던 그날이 소란스러운 날이 되어버렸는데 오히려 좋았다. 생일이란 이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