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in나 詩 26
한 마리 새가
한참을 머물다
어디론가 날아갔다
혹시라도
다시 올까
기다려 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저 멀리
날아오는 새 한 마리 보인다
나를 보러 오는 건가
괜스레 설렌다
적당한 나뭇가지 찾아 물고 날아와
나무 기둥 사이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어디론가 다시 날아갔다
알맞은 나뭇가지 찾아 물고 날아와
나무 기둥 사이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또 다녀와서 내려놓고
또 다녀와서 내려놓고
수십 번을 오가며 둥지를 만들고 있다
낮은 곳에 위치해
길고양이 습격이 걱정되는데
그 위험 모르는지
기어이 쌓고
또 쌓고
한참을 쌓다가
내 마음 들었는지 두리번두리번
어디론가 날아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
나도 인생 처음 살 듯
너도 인생 처음인 걸
쌓아 둔 나뭇가지
하나하나 옮겨 가며
다시 지어도 될 것 같은데
내 생각과 네 생각은
역시나 다른 건지
짓다만 둥지 바라보며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설마 내 마음 모르고
나를 침입자로 여긴 걸까
억울하고 미안해서
나는 어쩌니
어쩌면 좋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