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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반 Sep 07. 2023

구부러진 계단 길 (2022.12.06)

임현주, 제목 미상

임현주, 제목 미상


국민학교 입학 즈음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한신아파트


15층 엘리베이터가 신기해서

층층 마다 눌러 보는게

고층집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게

우리들 놀이였다


우리집은 그 옆에 작은 집

달빛도 좁을만큼

단칸 방에서 네 명이 자야 했다


한 번은 자는데 방 안에 연기가 가득했다

우리 집은 연탄 난로를 썼으니까

아무렇지 않아서 나는 괜찮았는데


사십이 된 지금 보니

달동네 구부러진 계단 길을 

비틀 비틀 걸어 올라왔다


아직 올라야 할 계단이 많이 남았는데

달빛은 아직도 저 멀리에 있다


어릴적 한신아파트 그 엘리베이터는 내게 없지만

이 길을 나와 함께 걸은

아내


함께 걸을 수 있어서 달빛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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