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주, 제목 미상
국민학교 입학 즈음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한신아파트
15층 엘리베이터가 신기해서
층층 마다 눌러 보는게
고층집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게
우리들 놀이였다
우리집은 그 옆에 작은 집
달빛도 좁을만큼
단칸 방에서 네 명이 자야 했다
한 번은 자는데 방 안에 연기가 가득했다
우리 집은 연탄 난로를 썼으니까
아무렇지 않아서 나는 괜찮았는데
사십이 된 지금 보니
달동네 구부러진 계단 길을
비틀 비틀 걸어 올라왔다
아직 올라야 할 계단이 많이 남았는데
달빛은 아직도 저 멀리에 있다
어릴적 한신아파트 그 엘리베이터는 내게 없지만
이 길을 나와 함께 걸은
아내
함께 걸을 수 있어서 달빛이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