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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잇 Jan 21. 2024

오래 머무는 여행을 좋아해요

칠링하는 여행 vs. 도파민 터지는 여행

벌써 전생처럼 느껴지는 작년 초가을의 여행.


8월 22일까지 센터에서 하던 여름 특강을 마무리하고 바로 다음 날인 23일 오전 10시 비행기로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며 시작된 21일간의 여행. 대부분의 날을 친한 친구가 있는 베를린에서 머물렀다. 해야 할 것, 가야 할 곳이 정해지지 않은 급할 것 없는 3주였기에 매일이 바쁘고 특별한 날이 아닌 베를리너들의 일상에 내 일상도 슬며시 포개보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여러 나라 다양한 도시의 역사적 장소를 방문하고, 관광지와 맛집을 빠르게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도 의미 있지만 나는 그래도 느긋하게 한 곳에 오래 있는 걸 좋아해.


그렇게 말하던 내가 무색하게도 첫 일주일 동안은 어라, 왠지 여행 왔는데 막 지도를 들고 압축적으로 돌아다니고 그러지 않으니 이상하다. 많은 여행을 돌이켜보고 내린 결론이었는데. 나 혹시 도파민 터지는 여행을 좋아했던 걸까? 내가 좋아하는 줄 알았던 게 사실 아니었나?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가는 시점에 확실해진다.

나는 오래도록 한 곳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은 박물관도 가보고, 어느 날은 미술관도 가보고, 산책을 하고.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면서 이곳의 사람들은 어떤 걸 먹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마치 나도 여기 사는 사람인 양 은근슬쩍 익숙한 척해본다.


여행의 일주일이 지나던 시점은 마침 8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연일 흐릿하던 날씨가 마법처럼 개었던 날. 작업 관련 나눌 이야기가 있어 늦은 오후 프레드리히 스트라쎄 스타벅스에서 팀원들과 온라인 회의를 했다. 한국에 있는 것처럼 카페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다니!


여행이 일상이 되는 순간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회의하다 문득 고개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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