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지 헌정글!
베를린에 머물 수 있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친구 몬지 덕분이었다. 타지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와중 집에 여행하는 친구를 들여 긴 시간 머물게 해 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인데, 참으로 흔쾌히 나를 초대해 줬다.
나였다면 아마 조금 귀찮고 매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신경 쓰여 좋은 숙소를 알아봐 주거나, 전체 일정 중 며칠만 괜찮다고 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마음 써주는 게 신기하고 또 고마웠다.
성격은 많이 다르지만 가치관과 관점이 비슷해 요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하면 아마 이 친구가 아닐까 싶었는데, 몇 주를 함께 지내면서 이 사람의 가장 큰 모습을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따뜻한 사람.
몬지와 오래 있으면서 따뜻한 사람의 힘을 느꼈다.
마트에서 시간에 맞춰 어딘가로 뛰어가고 있던 와중에도 눈이 좋지 않아 원하는 상품을 잘 못 찾는 할머니를 위해 잠깐 멈춰서 필요한 물건을 찾아주는 사람, 자신의 불편함은 조금 축소시키고 타인의 입장도 선뜻 고려할 수 있는 사람.
물론 이 친구가 마냥 천사표 사람이라 누구에게나 웃으며 네 네 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기만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거의 항상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삶을 살았는데, 진심으로 타인을 생각하는 사람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몬지의 곁에는 항상 사람이 많다. 이런 것들은 '안다'라고 해서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나는 알면서도 쉽게 행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 그런지 더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많이 어렵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조금은 내 마음에 옮겨와 본다.
더 가까워질수록 더 배울 점이 많은 사람.
얼마나 귀한지!
여행에서 얻은 또 다른 큰 수확은 바로 이것, 따뜻한 사람의 힘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걸 가까운 친구에게서 발견하다니. 그런 사람이 나의 친구라니. 너무 행운이야. 물론 섣부른 신앙심은 금물. 평소에 깨나 욕쟁이이기도 한 그이다. 그래도 너무 멋진 내 친구.
귀한 경험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