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잇 Jun 17. 2024

베를린 재즈 클럽의 연주자들은 뭐가 그렇게 행복했을까

삶의 밸런스

비행기 뜨기 전날까지 열심히 일을 하다 큰 계획은 없이 떠나온 여행이라 며칠은 관광지를 다니기도 하고 이 카페 저 카페 다니며 이 도시에 적응하는데 시간을 보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대학 시절 가입했던 여행 카페가 생각나 들어가 보니 베를린에는 갈 만한 재즈 카페가 좀 있어 보인다. 처음엔 그냥 오? 싶었지만 조금 더 찾아보자 가야만 할 것 같고, 가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친절한 카페 회원 몇은 상세하게 홈페이지와 예약 방법도 써두었다.


15유로에 프리 드링크 두 잔과 낭만적인 재즈의 밤이라. 내일의 한 끼를 포기하더라도 갈 만하다. 아니, 가는 게 맞다. 한국에서는 이런 경험을 하는 게 오히려 좀 더 비쌌던 것 같아 친구에게 공연에 대해 말했더니 그도 함께 가겠다 해 설레는 마음으로 낮 시간을 보냈다.


오늘의 공연은 '잼 세션'이다. 평소 자연스럽게 보컬에 더 집중하는 편인 나도 오늘은 각 세션의 라인에 더욱 귀를 기울여 본다. 그러다 그들의 얼굴에 시선이 갔다. 그 순간에 몰입한 연주자들의 표정이 너무나 즐거워 보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보다도 그 표정에 눈길이 간다.


뭐가 그렇게 좋을까? 뭐가 저렇게 행복할까?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많은 선택을 감행했음에도 요즘 그 마음을 쉽게 잊었던 것 같은데, 연주자들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참 신기했다. 물론 창작할 때와 공연할 때 쓰이는 몰입의 방식이 다르고, 그들은 충분히 숙달된 연주자로서 공연을 즐기고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뭔가를 즐겼던 시간보다 작곡 프로그램 앞에 지난히 앉아있던 시간이 더 많았던 최근의 나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골똘히 생각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표정에서 우러날 만큼 단순한 즐거움과 행복함을 표출하는 시간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밸런스를 내 삶에 들이자.


결론은 에너지를 잔뜩 수혈받고 왔다는 것!





이전 02화 여행의 기억으로 만든 노래, <Berlin>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