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1 VISA (09-14-20)
아침 일찍 눈은 떴으나, 일어나고 싶지 않고, 침대에서 작은 녀석의 얼굴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여전히 보들보들한 엉덩이 한 번 더 만져주고 싶었고, 아이의 냄새를 더 맡고 싶었기에 원래 7시 30분 즈음 계획되었던 출발시간은 8시 30분이나 되어서야 되었다.
H가 챙겨주는 콩나물국에 아침을 말아먹고, 아빠 가는 것 보려고 같이 일어난 막내와 조금 이야기하다가 온 H윤, S현이까지 다 일어나서 함께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말 떠나고 싶지 않았고, 남겨 두고 싶지 않았지만, 감정과 달리 이것이 정말 없을 기회이고, 결과적으로는 우리 모두에게 보탬이 될 것을 알기에 시동을 켜고 U-haul을 타고 미국으로 향했다.
Waterloo에서 디트로이트까지는 약 3시간 거리, 그러나 가는 길에 방향을 바꿔 Sarnia로 갔다. 약간 위쪽이라 보더까지의 시간은 짧은데, 반대로 내려가야 하는 시간이 추가되기 때문에 비슷비슷하다. 디트로이트보다는 샤냐가 이상하게 마음이 더 끌려서 방향을 급히 바꿨다. 2년 전 시카고 가는 길에 쌀을 전부 압수당한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끌렸다.
내가 받아야 할 비자는 TN-1 비자, TN비자는 미국-캐나다-멕시코 세 나라 간에 협약된 비자 몇몇 지정된 직종에 한해 영주 할 의사가 없고, 일만 하겠다는 비자다. TN-1은 캐나다인들이 받을 수 있는 비자로, 미국 내에서 3년의 TN비자로 계속 연장하면서 일할 수 있는 비자이다. 아직은 미국에 영주권을 신청하거나, 시민권을 신청할 이유가 전혀 없고,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얼른 캐나다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많지만, 나중에라도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미국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으니, 정말 좋은 비자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 게다가 회사 변호사팀에서 미국 이민국과 어떻게 이야기를 했는지, 나의 포지션이 에센셜로 들어가서 Pandemic으로 보더 출입이 제한된 이 시점에서도 들어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
보더로 진입하는 길에 다리 건넌다고 톨비를 내고 진행하면 Truck과 Car/RV레인이 나오는데, 내가 몰고 간 유혹이 트럭인데, 상업용 트럭은 아니라 어느 레인으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트럭 레인으로 진입, 부스에 앉아 있어야 할 직원이 안 보여 당황하는 순간, 앞쪽 위에서 오라는 표시! 트럭이 출입하는 곳이라 직원들 위치가 승용 운전자의 높이가 아니라 트럭 운전자의 높이로... ㅋㅋ
기분 좋게 들어갔는데,
"너 여기 왜 왔어?"
"TN 비자 신청하러.."
"예약했어?"
"엥? 예약해야 돼?"
"너 예약 안 했으면 돌아가야 할 거야. 예약해야 되거든"
"그럼 나 돌아서 디트로이트로 가면 바로 할 수 있어?"
"%^$%%^&&"
"............"
"저 앞으로 가봐"
차를 주차할 수 있도록 다른 직원분이 나와서 안내해 주는 곳으로 진행 후, 그 직원분이 TN비자 때문에 온 것을 확인 후 비자 서류 챙겨서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자기가 나올 때까지 시동 끄고 차 안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아마 그 시간이 오전 9시 50분 즈음.... 2시간도 안 걸렸네 집에서...
그렇게 기다리기를 1시간, 거의 2시간 즈음이 지났을 때 다른 여자분이 오셔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변호사팀과 연락이 안 돼서 그렇다고, 전화기를 두고 따라 들어오라고 해서 사무실로 따라갔다. 사무실로 가서 젤 먼저 한 것은 화장실... ㅋㅋ 오면서 커피를 계속 마셨더니, 차에서 쌀 뻔... ㅋㅋ
오른쪽 네 손가락부터 지문인식, 엄지, 왼쪽 넷, 엄지, 그리고 안면인지 홍채인지 사직 찍고, 돈 $56 (TN $50 + I-94 $6) 내고, 질문 하나 없이 그냥 비자받아 나왔다. 변호사팀이랑 전화 퍼런스 할 때는 잡 듀티들 외워가야 할 거라고 했는데, 의외로 정말 하나도 묻지 않고 3년 비자를 받고, 보더를 건넜다. 14일 격리에 대한 안내도 없고...
일반 차는 정말 거의 없고, 95% 이상이 상업용 트럭들만 드나들었다. 보더를 건너자마자 찾은 곳은 맥도널드, 빅맥 2개와 디카페인 커피 한 잔 시켜서 놀란 마음 달래고, 1박 2일의 본격적인 운전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