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월요병

월요병은 언제 사라지려나?

by 생각하는냥

지난 금요일 연차를 내고 나서 주말을 보내고 사무실에 들어서니 업무 쪽지들이 쌓여 있었다. 그 중에는 지난 금요일 재택으로 업무 처리 답변을 쪽지로 보내며 마지막 문장에 공감을 바라고 토로하는 내용의 글을 실어 보낸 게 있었는데 공감이 아닌 "기분이 나빴다"라는 내용의 답장이 있었다.


그가 읽기에는 토로보다는 그를 비난하는 것 같아 보였나보다. 글이란 게 그렇다. 읽고 싶은대로 해석하게 하는 묘한 단점이자 장점이 있다. 뭔가 찔린 구석은 있었던가보다. 뜻하지 않은 반응이라니.


그렇잖아도 월요일 아침이라 전쟁터로 끌려가는 듯 한 무거운 몸으로 한걸음 한걸음 겨우 겨우 기어나왔다. 무작정 반복되는 출근길에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맞은 유난히 찌뿌둥한 아침이었는데 이런 글을 대하고 보니 전투적인 이 상황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그에게 오해였노라고 아주 짧게 답장을 보냈다. 그저 토로를 하고 싶어서 공감을 얻자고 보냈던 것 뿐이었는데 타겟이 당신이 아닌 타인이었는데 느닷없이 당신에 대한 비난처럼 들렸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라고.


매일 배달오는 생과일즙 하나가 책상위에 놓여 있었다. 지난 금요일에 배달온 거였는데 연차로 인해 자리를 비운 탓에 3일동안 그대로 놓여져 있었던 생과일즙이었다. 바닥에 뭉쳐있을 과일 씨 때문에 뒤집어 살짝 흔들었다. 그리고 뚜껑을 여니 마치 탄산음료 저리가라듯 열린 틈 사이로 과일즙이 화산 터지듯 미친듯이 진보라빛 액체를 뿜어댔다. 놀란 나머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피하기는 했으나 이미 사무실 바닥이 흥건하게 보라색 액체로 가득했다.


순간 멍해졌다.

기빨린 사람마냥 그렇게 사무실 바닥만을 바라보았다. 이런게 월요일 아침의 풍경이었던가? 오늘따라 무던히도 찌뿌둥하다.


액체 냄새를 맡아보니 포도주 냄새 비스므리하다.

아 취한다. 콜록!


두루마리 화장지를 꺼내들어 바닥을 닦는데 진한 보라빛이 참 이쁘다. 핥아먹고 싶을만큼 참 이쁘다. 화장지에 온통 진보라빛으로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마치 더운 여름날의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 덩어리를 보는 듯 싶었다.


겨우겨우 닦아 내고 손을 씻으러 가는 길에 복도에서 아까 그 쪽지를 보냈던 그와 마주쳤다. 그에게 슬쩍 미소를 지으며 "왜 오해하고 그래요?" 라고 나름의 최선을 다해 나름의 최대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나름의 달콤한 말투로 건넸다.

실제로 그가 그렇게 들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자 그가 멋쩍었던 모양인지 "오해해서 죄송하다"며 내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살짝 눌렀다.

남자 손은 싫은데, 뭐하는 짓이지?

모른 척하고 지나갈 걸 그랬나?

아 왜 또 얘 오버하고 그래.

내가 먼저 오버했나?


생과일즙 지사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제 그만 마시려구요."

2달 쯤 마신 것 같다. 꿀꿀하고 찌뿌둥한 이런 상태에서는 하나씩 하나씩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버릇같은 거다. 그냥 거기에 생과일즙이 당첨된 것 뿐이다.


기분이 꿀한 날 인터넷쇼핑 지르는 것도 또 다른 버릇이긴 하다. 대개는 3만원 미만에서. 뭔가 하나 지르고프다. 뭐가 좋을까?


그래도 월요일 오전

늘 답이 애매한 그딴 회의가 없는 것만도 이게 어디냐. 그리고 2십분 후면 점심인 것도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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