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네 이놈

쓸 데 없는 감지능력

by 생각하는냥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었다. 어쩌다 타다보니 남자들이 입구쪽에 몰려 있다.

문이 닫히려는데 누군가 버튼을 눌렀는지 다시 열렸다. 이윽고 세명의 젊고 이쁜 처자 셋이 문앞에 나타났다.


문앞의 남자사람들을 몰아내고 태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그 간절함이 극을 치닫는 사이 문은 닫혀버렸다. 문앞의 남자 사람들이 하나같이 꿀밤을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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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면 남자 사람중에 밀리지도 않는 상황에서 굳이 몸을 내쪽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빤히 있다보면 남자인 내 얼굴을 바라볼 수 밖에 없을텐데 뭐 볼 게 있다고 몸을 내쪽으로 향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생긴 것도 맘에 안드는데 더군다나 당신이 남자라서 싫은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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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들과 식사중이었는데 한살 어린 남자 사람 동료 왈 자기 꿈에 내가 나왔단다. 같이 술을 마셨는데 술을 엄청 마셨고 꿈속에서는 설정상 내가 혼자 살아서 같이 우리집에 갔단다.

그래서 말을 끊어버렸다. 그건 확실하게 말하는데 분명히 내가 아니라고.

내가 죽으면 죽었지 남자는 집에 끌어들이지 않는다고.

혹시나 여자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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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폰질을 하고 있는데 옆에 누군가 앉았다. 앉은 키가 나만했던 걸로 보아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잔지 여잔지 알려고 굳이 고개를 들어 봐야할 정도로 여자에 굶주려 있거나 남자를 증오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로 봐서는 이 사람은 감기에 걸렸으며 남자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버스가 어느 정거장에 서자 그가 일어섰다. 그제서야 그의 옆태와 뒤태가 드러났다. 그는 여자사람이었다.

여자 사람을 보는 감지능력이 떨어졌거나 혹은 그가 남자에 가까웠거나.

살다보면 정말 쓸 데 없는 감지능력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도 정말 쓸 데 없는 감지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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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결론을 제일 늦게 말하자면

오늘 하루는 참 별로인 하루다.


날이 추워서 그런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말다툼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따로 자서 그런 것도 아니고

머리에 새집이 져서 그런 것도 아니고

배가 고파서 그런 것도 아니고

커피를 못마셔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 몹쓸 감지능력 중에는 불행하게도 오늘 하루의 일진이 어떠할 거 같다는 그런 몹쓸 능력도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쓸 데도 없는 능력이지만 성능이 좋은 것도 아닌 그런 능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별로일 거 라는 데에는 공감을 한다.


날씨랑 기분이 어찌 이리도 딱 맞아 떨어질까?

그래, 주범이 바로 너였구나.

날씨, 네 이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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