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버스는 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자세

by 생각하는냥

옆자리에 앉아 세월가는 줄 모르고 잠을 자고 있는 그에게서 고기집 찌든 냄새가 난다. 가벼운 뒷산에 오를법한 등산복 차림이지만 그 어디에도 가방은 없다. 어디가서 등산복 차림으로 술을 한껏 드시고 아침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시는 것 같다. 설마 고기집 냄새를 품에 안고 출근을 하실리는 없을테고 먼길 버스타고 등산을 할리도 만무하다.


꽤 오래된 회사의 부장님이었을 것 같은 이 사람은 고기집 냄새를 풀풀 풍기며 아침부터 어딘가로 먼길을 가고 있다.


쉬엄쉬엄 졸다가 서서히 가랭이가 벌어지며 그의 무릎이 자꾸만 민감한 내 무릎을 건드려온다. 물론 그에게서 좋은 냄새가 나지 않는 마당에 더군다나 남자다. 그런 대시를 쉽사리 받아들일리가 없지 않은가. 다리를 최대한 정갈하게 오므려서 붙이기까지 했지만 그의 쩍벌 영역은 이미 한계선을 넘어선지 오래였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하고 싶지 않았지만 정숙하게 다리를 모아 앉아 다리를 약간 비스듬하게 앉은 처자와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아, 이게 뭐야.'


갈데까지 간 상태에서 더이상 처자 코스프레를 할 수 없어 버스가 잠깐 흔들거리는 틈을 노려 그의 무릎을 슬쩍 부딪혔다. 일부러 부딪힌거라고는 느낄 수는 없으나 그가 단잠에서 깰만큼의 세기를 어림짐작하여 부딪혔다. 그러자 반응이 바로 왔다. 그가 다시 다리를 좀 오므리는 게 아닌가.

그제서야 처자 코스프레에서 벗어나 보통의 사내가 앉는 영역만큼의 다리를 다시 벌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사내는 대체 어디를 가는 것일까?


다행이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라도 사지 않았더라면 그의 고기집 쩔은 냄새에 숨막혀 돌아가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중교통을 탈 땐 수분섭취용 음료수 하나는 늘 준비해야 한다. 꼭 코가 막히고 귀가 막히는 기막힌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늘 대기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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