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하든 순조롭게 되는 일은 없다
무슨 일을 하든 순조롭게 되는 일이 없다. 인생곡선에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 인생곡선은 그렇다. 여태 일어나지 않던 일도 담당자가 휴가가면 반드시 생긴다거나, 늘 건강하다 뜬금없을 때 아프기도 하고, 늘 잘하다가 정말 어느 중요한 순간에 삑사리가 나는 그런 인생곡선을 탄다.
그렇다고 해서 비관주의자는 아니다. "언제는 안 그랬어? 그렇지 뭐" 라며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나 그랬듯 조용한 날 없이 주위는 잡다한 사건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자면, 주문 하나 없던 경로였는데 하필이면 담당자가 휴가일때 한번도 타지 않던 경로를 타고 불쑥 주문이 들어온다. 뭐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언제나 늘 그랬던 인생곡선이다보니 어디서 터질지가 궁금하고 놀라울 뿐 어디선가 터질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 인생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오죽하겠나.
날이 추운 탓이었을까? 오늘따라 지하철에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좀 이른 시간인데 참 많았다. 수도꼭지가 빠진 채 수조에 물이 담겨지듯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에 올랐다. 그때 왠 삑사리 한명이 그 인파를 뚫고 나오고 있었다. 남들 다 내린지 오래(? 승하차시의 1초는 1분같다) 인데 사람들 타고 있는 와중에 그제서야 내리겠다고 하는 미꾸라지. 결국 그와 맞닿은 이들의 얼굴에는 다들 인상파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그런 와중에 바로 눈 앞에서 내리겠다고 발버둥치는 미꾸라지의 발악을 분명 보고 있을 터인데 꾸역 꾸역 올라타며 그와 부딪히는 사람은 또 뭔가. 너무 추워서 빨리 타고 싶었나? 안 그럼 지하철이 안태우고 출발할까 무서웠나? 나이나 많으면 몰라. 대학생이나 이제 신입사원쯤 같아 보이는 젊은 사람이 왜 그랬니? 여유없이 사는 건 젊으나 늙으나 똑같은 모양이다.
한정거장 두정거장 가다보니 어느 틈엔가부터 뒤에서 밀쳐대는 이가 있었다. 뒤돌아보니 웬 키작은 아주머니가 바둥거리며 팔을 뻗어 손잡이를 잡은 채 앞 사람인 내 등 을 마구 괴롭히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멀쩡한 두 다리로 균형만 맞춰도 될텐데 굳이 손잡이를 잡으려 하시니 배려차원에서 길을 살짝 터주니 바로 옆 공간을 삐집고 들어오셨다.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다. 나쁜 의미로 통용되는 아저씨 아줌마 냄새가 풀풀 났다. 그런 첫인상 따위야 나랑 상관도 없을 사람인데 뭐 어쩌나 싶었다. 그런데 얼마안가 그 냄새가 머리를 때릴 줄이야.
갑자기 둔탁한 물체에 얼굴을 맞았다. 깜짝 놀라 옆을 바라보니 그 아주머니가 비스듬하게 쥐고 있던 손잡이를 놓았고 손잡이는 그대로 내 얼굴을 강타한 것이다. 운동신경이 둔하게 생긴 몰상식한 이 키작은 아주머니는 주위 사람이 무슨 피해를 보든 말든 오로지 본인 폰만을 바라다보며 주변상황에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대개 이런 경우 따져봤자 사과를 받으면 그저 본전이다. 이런 삐리리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괜히 말 붙였다가 싸움나면 괜히 같이 몰상식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도가 높아진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주면 을마나 좋았을까.
엘레베이터를 내리면서 이름모를 이에게 운동화 뒤꿈치를 한번 밟히기 시작하더니 하루새에 그것도 오른발 뒤꿈치를 무려 4번씩이나 밟혔다. 오른발 뒤꿈치가 남에 비해 뭉툭하게 튀어나왔거나 걸음걸이가 남에 비해 독특하거나 그렇다고 무좀이라도 걸렸거나 어디가 아파 쩔뚝 거리거나 하는 일도 없는데 하루에 같은 곳을 무려 4번 씩이나 밟히다니.
이런 날은 무조건 칼퇴를 해야 하고 무조건 일찍 자야 한다. 하루의 운이 그러한 날은 뭘 어찌 바꾸려고 해도 열차는 그대로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큰 일이 벌어지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세세하게 신경 쓰이는 모기가 앵앵거리는 그런 일들이 이런 날은 너무도 빈번하게 생긴다.
하늘나라 선녀님들도 눈을 내려주시는데 조물주라는 분의 무관심으로 이런 폭주열차에 인생을 가끔 맡겨야 한다니 너무 불성실한 분인 듯. 조물주께서 좀 더 성실하셔서 항상 웃음 지을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주시기를 빌고 또 비나이다.
역시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어 주는 건 달달한 음료 한잔
너 밖에 없구나.
므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