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아무 잘못 없다. 시계가 나쁠 뿐.
다음역에 도착하기 전 방송이 흘러 나옵니다.
"이번역은 땡땡역입니다. 땡땡역에 도착해서 민원이 들어온 앞에서 일곱번째 차량의 고객님 옷이 문에 끼였다는 민원을 해결하고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착해서 카운트를 해보았습니다. 하나 둘 셋 넷 ....
한 일백이십 정도?
그렇습니다. 딱 그만큼 늦었습니다. 그러나 어제의 소원은 하나 해결되었습니다. 어제 아침 10분이나 일찍 출근했을 때 직원들에게 말하길
"오늘 너무 일찍 출근했네. 내일은 10분만 늦게 와야지" 라고 했는데 딱 그만큼 늦었습니다. 물론 거기에 일백이십초가 더해진 조금은 아쉬운 소원풀이였지만. 아, 이런 개뿔.
평소와 같이 눈을 떴는데 밖이 어두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모르게 미세하게 평소보다 아주 쬐끔은 밝은듯한 느낌. 그런데 알람은 울리지 않았습니다. 맞춰놓은 알람이 무려 네 타임이나 되는데 하나도 안 울렸을리가. 물론 폰이 꺼져 있다면 안 울릴 수는 있는. 그래도 설마 설마.
조심스럽게 눈을 떴고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폈고 조심스럽게 폰을 손을 쥔 순간,
아, 이런 개뿔.
하루의 시작은 개뿔같은 일들의 연속입니다.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이 미스테리하고 전설같은 그런 존재가 지배하는 하루라니 당황스럽지만 매혹적인 하루가 될런지도 모릅니다.
시간은 기다려줍니다. 다만 시계가 기다려주지 않을 뿐.
신이 만들어놓은 영역인 시간은 늘 자유롭습니다. 뒤로 가지 못하지만 기억과 추억이라는 세계에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사람이 만들어놓은 영역인 시계는 언제나 철두철미하고 냉철합니다. 그들에게는 용서란 있을 수 없습니다. 관용이란 없습니다.
신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관대합니다. 신은 인간에게 많은 걸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악용하는 건 신이 아닌 사람입니다. 그래서 유명한 유행어도 있잖습니까.
"사장님,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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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