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되어

미세먼지 같은 그런 날

by 생각하는냥

미세먼지 때문에 난리다. 서울지역은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해 줄 테니 자동차 이용을 자제해달라 한다. 그런데 도로는 여전히 자동차로 가득하다.


오늘따라 길은 자동차로 줄지어 서있고

오늘따라 대중교통은 사람들로 줄지어 서버린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튀어나와 어디로 가는 건지 궁금한 그런 날이다.


지하철이 닫힐 무렵 한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손에 든 채 허겁지겁 들어오셨다. 그렇잖아도 부비적 거리는 지하철이라 공간도 없는데 딱 한 사람 들어올 공간에 갑자기 들어오신 통에 하필이면 나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매우 어색한 상황이 되었다.

그 어색함은 나보다 그 할아버지가 먼저였다 보다. 내가 막 어색함을 느끼려고 할 무렵 할아버지가 먼저 몸을 틀어 이 어색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해 주셨다. 그런데 말이다. 그 할아버지가 몸을 반만 틀다 보니 당황스럽게도 정면으로 마주한 건 매우 아리따운 젊은 처자였다. 몸은 처자 쪽을 향하고 고개만 살짝 옆으로 돌리더니 정찬우가 노인 흉내 낼 때의 톤 같은 그런 톤으로 혼자 자문자답을 하시는 게다.


"어디 갈 일이 있어서 이 시간에 나왔는데 출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네."


어색한 척 하지만 은근히 한 번은 아닌 듯한. 그러면서 뻔한 변명.

아, 이 할아버지,

남. 자. 구. 나.


지하철을 내리니 버스를 타면 무조건 지각인 시간이었다. 택시를 타도 지각일 거 같은 애매한 시간이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분명 대중교통 무료라 그랬다. 그 말은 지하철 버스는 무료란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택시가 잡히지 않는 거냐고. 택시가 나타나는 족족 앞에서 새치기를 당했다. 겨우 겨우 잡아타기는 했으나 결과는 지각이었다. 택시비는 점심밥 값만큼이나 나왔는데 밥값도 못하는 택시비였다. 순간 눈 앞에 많은 것들이 휑 하고 지나간다.


여긴 어디? 난 누구?

택시 왜 탔지?


정신이라도 차릴 겸 빵집에 들려 진열대에 쓰여있는 3,500 원짜리 샌드위치를 골랐다. 계산대 앞 줄에는 두 명이 있었는데 뭔가 계산이 오래 걸렸다. 직원이 초짜였는지 계산에 애를 먹고 있었다. 그 옆의 늘씬하고 키 큰 오래된 듯한 직원은 초짜 직원의 버벅거림에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자유방임형 교육을 하는 듯한 빅픽쳐를 그리는 듯한 선임 사원이던가 어쩌면 늘씬한 저 여인이 사장님일지도. 뭔가 도도해 보이는 냄새가. 가만히 서 있지 말고 내 빵값이나 계산해주시지.


어쨌거나 어쩌다 보니 순서가 되었다. 결제를 하는데 초보 직원의 모기 앵앵 거리는 듯한 매우 작은 소리로 얼마라고 했는데 잘못 들었는지 의심케 하는 숫자가 들렸다.


오천 원? 난 3,500원짜리 빵이었는데. 설마. 잘못 들었겠지.


영수증이 필요하냐길래 달라 그랬다. 영수증을 보니 정말 오천 원이 찍혀 있는 거였다. 가끔 진열대에 꽂힌 가격과 다르게 배치된 제품들이 더러 있으니 그런 건가 보다 했다. 내가 잘못 골랐구나 싶었다. 내 실수구나.


그런데 나가면서 다시 보니 진열대에 있는 숫자가 너무도 선명했다.


"3,500"


나가다 말고 다시 물었다. "저기요, 혹시나 해서 묻는데요, 제가 고른 빵이 xxx 고, 여기 3,500 원이라 적혀 있는데 5,000 원 결제하셨거든요."

그러자 초짜 직원이 매우 당황스러워하는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다시 결제해드릴게요. 제가 잘못 결제했어요." 역시나 옆의 오래된 그 늘씬한 직원분은 아무런 미동도 않았고 초짜 직원만 분주하게 어리숙함을 드러낼 뿐이었다.


결국 그래도 지각인데 덕분에 더 지각이었다.


"죄송해요"를 연거푸 하길래


"누구나 실수해요. 나도 하는데요 뭐." 라며 몹쓸 여유를 부리는 가식을 풀어내었다. 속으론 오늘 망했다를 외치면서 말이다.


분주함 속에 오전이 지나가고 즐거운 점심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결제를 하러 갔는데 이번에도 결제가 문제였다. 이번에는 앞사람의 결제건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결제 취소를 하고 재결제를 하셔야 하는데 기계 조작 미숙으로 직원분이 애먹고 계셨다.


여기저기서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주변으로 결제는 문젯거리인데 아무래도 내가 사무실에 더 오래 있는다면 오늘 회사 매출에 지대한 결제 오류를 불러올 것 같다. 아무래도 오늘 분명 귀신이 들러붙지 않고는 이럴 수가 없다.


이 글을 그대로 긁어다가 휴가계에 사유로 적어 반차를 올린다면 승인이 나지 않을까?


아, 집에 가고 싶다.

아, 미치도록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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