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추운 겨울날의 주저리주저리
얼어 죽을 것 같은 최악의 추위가 지나고 좀 따뜻해지나 싶더니 미세먼지로 뒤덮인 더러운 하늘을 선물 받았다.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를 착용하니 조금이라도 움직일라치면 금세 헐떡거려 숨이 차다. 게다가 마스크 사이로 뿜어져 나온 입김에 안경은 김이 서려 앞을 보이지 않게 한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다가 또는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를 반복한다.
숨을 쉬자니 앞이 안 보이고 앞을 보자니 숨을 쉴 수 없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은 역시나 없던가?
그런 고민에 빠질 즈음 눈이 내리는가 싶더니 고마운 바람님이 불어와 요 못된 미세먼지 녀석은 한방에 저 멀리 날려 보내 주셨더랬다. 그런데 말이다. 새로 치고 들어온 바람님은 몹시도 나쁜 놈이었다. 잠시라도 바깥에 나갈라치면 허벅지에 얼음이라도 착하고 달라붙게 만든 것 같은 그런 차가운 바람님이었다.
잠시 방심이라도 하면 허벅지 살을 베어갈 것 같은 추위가 하루 이틀 지나면 또 지나가겠지 싶었는데 당최 미동을 하지 않는다. 연일 차가운 바람에 결국 장롱 깊이 꼬불쳐 놓았던 내복 바지까지 꺼내 입게 만들었다. 아, 쨍겨. -_-;
따뜻하자니 바지가 쨍 기고, 안쨍기자니 춥고.
역시나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구나.
조물주 당신, 레드카드.
이 모든 것들이 당신의 방관에서부터 시작한 거라면 부디 신경 좀 쓰시옵고, 혹은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그런 거라면 좀 신경 좀 끊으시든가. 당신 사는 세상 말고 사람 사는 세상 좀 만들어주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만들어 놓은 장난감이 나한테 장난감을 위한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호통을 친다면 아마도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기보다는 장난감을 치워버릴 것 같다.
그런 걸 보면 나같이 떼쓰는 걸 만들어놓고도 불만 가득 풀어놓아도 가만히 들어주시는 걸 보면 조물주의 인성은 갑이 분명하다. 아닌가? 그냥 귀 막고 눈 막고 자고 있는 걸지도...
그나저나 얼어 죽을 것 같이 너무 춥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