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여정

의도치 않았던 스토리들은 세상을 엮고 또 엮어가며

by 생각하는냥

마나님의 심부름을 받들어 집앞 홈땡땡땡 Express로 향했다. 대개 홈땡땡땡 Express 는 격주 단위로 일요일에 쉬기 때문에 반대방향의 마트로 향할까 하다가 홈땡땡땡 에서 파는 고기가 더 싱싱해서 그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문을 닫았다.

영세 소상인들의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일요일이면 대형매장은 문을 닫는다.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었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운을 타고 태어났으니 문을 닫는 건 운명이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정책의 활성화를 받잡고 지역 소상인들의 상권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조금만 더 걸어 올라가면 나오는 고기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바로 코앞이라서 짧은 점퍼를 입은 탓에 볼따구는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고 엉덩이를 가리는 건 바지 한벌 뿐이었던지라 볼따구와 엉덩이가 금새 시려왔다. 금방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가보니 있어야할 정육점 자리에 족발집이 들어와 있었다. 재빨리 아파트 상가로 발걸음을 돌렸는데 우리의 소상인이신 또 다른 정육점은 불을 버젓이 켜놓고 어디를 가셨는지 문을 잠궈 놓으셨다. 많고 많은 시간 중에 왜 하필이면 이 시간에.

다시 옆 단지 아파트 상가로 먼길이지만 이왕 나온 김에 발걸음을 또 다시 돌렸다. 볼따구를 찌르는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 그리고 시려오는 엉덩이는 이미 내께 아니었다. 그래도 명령을 받잡고 나온 길인데 이왕 뽑은 칼은 무우라도 썰어야지 싶어 멀리 돌아 옆 단지 아파트 상가로 향했다.

소상인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인데 소상인님들께서 그닥 협조를 안해주시는 듯 하다. 덕분에 그 혜택은 결국 홈땡땡땡 Express 보다는 조금 작지만 일반 소형 마트에 비해서는 제법 큰 나름 정육점까지 입점한 100평은 충분히 넘어보이는 중대형 마트 상인에게 주어졌다.

나름의 탱탱한 볼따구와 엉덩이 살을 이 차갑고 날선 겨울 바람의 제물로 바쳐 소상인의 상권을 보호하려 했던 노력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다만 쫄깃한 고깃덩이와 싱싱한 채소만이 제물로 바쳐진 고귀한 살들을 뱃속 어딘가에서 무한한 재생작업을 하고 있을 뿐.

그렇게 의도치 않았던 스토리들은 세상을 엮고 또 엮어가며 어제도 오늘도 돌고 또 돌아간다.


#뜻밖의여정

#엉덩이

#칼바람

#홈땡땡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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