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사주세요 3.

사준다고 하고 사주지 않는 이유가 뭘까 3

by 생각하는냥


7일째, 소원을 이루다.


소원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할 것 같지만 너무도 소소한 것이었다. 단지 여직원에게 아이스크림 하나 얻어먹겠다는 너무도 소소한 소원, 아니 그것은 이제 집착이었다. 그것을 이루는 데까지 무려 7일이나 걸렸다. 아마 그녀도 적절한 타이밍을 고르고 고르며 망설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졸다 걸리는 바람에 뻘쭘함을 어쩌지 못해 던진 말이었을 뿐이고 그것이 다른 직원들까지 동참하며 아이스크림은 집착의 산물이 되고 말았다. 이제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는 것보다는 그녀가 사는 것에 대해 이슈가 집중되었다.


그리고 점심을 먹던 중 카톡으로 사진이 전송되어 왔다. 브라x콘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20190808_1156_2.jpg 브x보콘


가만있자. 상품 브랜드를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x'처리를 한 게 야해져 버렸다. 다시 처리하자. 브x보콘. 이건 좀 괜찮나? x라보콘. 음. 이건 별로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꺼가 야하니 젤 좋긴 한데 잘못 오타를 칠 것 같으니 있어 보이는 '브x보콘' 으로 쓰자.


하여간 사진과 함께 디저트로 먹으라는 톡이 왔다. 내게도, 그리고 다른 동료들에게도.


식사 후 사무실에 들어가 냉동실을 열어보니 브x보콘이 있었다. 이거다. 이거 먹게요. 그러자 동료 중 하나가 여직원에게 이게 맞는지 확인 후에 먹자고 하는 게다. 아니, 사온 게 맞는데 뭘 또 물어보고 먹어요. 이게 아니면 다시 토하면 되죠. 그러곤 냉큼 하나를 뜯었다. 애써 뜯었는데 동료들 반응이 없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왜 안 먹고 그래. 불안하게.


다 먹어가는데도 동료들은 정말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다. 아, 몰라.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은 거 아닌가. 내 죽어서 때깔 좋은 귀신으로 태어나리라. 때깔 때깔.


조금 있으니 여직원이 방으로 들어와 물었다. 아이스크림 사 온 거 보셨어요? 순간 장난이 치고 싶어 졌다.


나 : 어? 사 왔어요?

여 : 냉동실에 있어요. 아까 카톡 보냈는데 못 보셨나 봐요?

나 : 네. 못 봤어요. 어디 있는데. 어디 있는데?


여직원을 따라 냉장고로 향했다. 냉동실 문을 열더니


여 : 하나 둘 셋넷다섯 어? 하나가 없어요.

나 : (깜짝 놀란 척) 어? 그래요? 다섯 개 샀겠죠.

여 :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니에요. 제가 분명히 여섯 개 사 왔는데.

나 : 그럼 어딘가 떨어졌겠죠. (열심히 찾는 척 냉장실과 냉동실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여 : 이상하네.

나 : 그러게요. 그럼 누가 먹은 거 아닐까요?

여 : 누가 먹었지?

나 : (이영자 치킨 광고 버전으로) 나지. 내가 먹었지.


그리곤 방으로 재빨리 튀었다.

그런데 왜 내 손발이는 오그라드는 걸까. 아, 부끄라와.

내가 왜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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