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차가 그 차가 아니구나
차 박람회 가는 길
방바닥을 긁고 있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날은 덥고 기운은 없으니 이보다 방바닥을 뒹굴기 좋은 날 어디 또 있으랴. 그런데 아내가 나가자 한다.
나가게 옷 입어.
이 더운데?
빨리 입어.
싫어.
차 박람회 갈 거야.
차?
어 거기 가면 예쁜 아가씨 많아.
아. 아가씨?..... (레이싱걸?)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일어날 힘조차 없었는데 번뜩 일어나 졌다. 모세의 기적인가? 호랑이 기운이다.
옷을 주섬주섬 차려입고 나니 그제야 궁금해졌다. 레이싱걸이 득실거릴 그곳에 왜 가자는 건지.
근데 갑자기 무슨 차 박람회야?
나 차 좋아하잖아.
엥? 언제부터 차를 좋아했는데?
나 차 좋아하잖아. 녹차 잎차.
아! 그 차가 그 차구나. 그럼 그 아가씨는 내가 상상하는 그 아가씨가 아니구나.
터보 엔진을 달고 날아갈 것만 같던 몸은 일터로 끌려가는 소처럼 천근만근이 되어갔다.
아 맞다. 그건 차 박람회가 아니라 모터쇼라 하지.
사람은 자기가 듣고 싶은 대로 해석을 한다. 그리고 그게 정의라고 착각을 한다. 심각하다.
그보다 더 큰일은 이 무더위를 뚫고 언제 가나. 삼성역이 이리도 멀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