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아기 모기, 초콜릿, 그리고 사회생활

by 생각하는냥

아기 모긴가 보다.


베트남에서 올 때 가방 안에 숨어든 불법이민 모기일지도 모른다. 엄마 모기가 얘만이라도 선진문물을 보고 배우라며 그렇게 보내졌을지도.


엊그제 물린 오른손등과 그제 물린 왼손등의 붓기도 똑같고 가려움의 정도 또한 똑같다. 게다가 붓기도 쪼꼬만 하다. 보통의 어른 모기는 앵앵거림은 소리가 커서 소리를 듣고 손바닥으로 내려치다 보면 운이 좋아 잡아지기라도 하는데 이 녀석의 앵앵거림은 소리가 작아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좀처럼 들리지가 않는다. 이런 이유들로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아기 모기일 거라 우겨본다.


정말 베트남에서 건너온 아기 모기라면 벌써부터 사회생활을 배우는 아기 모기의 생활력이 참 대단하다. 아기 때 난 엄마젖이나 빨고 있었지 않은가.


어제는 혹여나 물릴까 봐 이불을 발바닥에서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로 잠을 잤다. 덕분에 얇은 이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침에 맞이한 이불 안 공기가 후끈했다. 그런 탓에 모기에는 물리지 않았다.




오늘은 무사히 맞이한 아침이지만 여행을 다녀온 뒤 빈손으로 출근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 베트남 간다고 말하고 갔는데 사장님께 최소한의 뭐라도 드려야 하지 않나 싶었다.


원래는 사장님 드리려고 코코넛 연유 커피를 사 오기는 했었다.

드리기 전 집에서 먼저 타 마셔 보니 현지에서 그리도 달달했던 커피 맛이 아니었다. 시음으로 마신 커피와 산 커피가 내용이 다른 건가 싶을 정도로 맹탕이랄까나. 물론 비율의 문제가 크겠지만 이대로 드렸다간 무의미한 선물이 될 거 같았다.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겠다던 아내를 말려가며 가방 빈 공간을 만들어 우격다짐하며 사온 커피였는데 이따위라니. 덕분에 아내님의 잔소리는 간식이다. 틈만 나면 듣다 보니 이제는 잔소리가 당연한 건가 보다 할 정도다. 여행지 가서 아내님 사자는 건 웬만하면 사는 게 정답이다. 쇼핑은 역시 여자가 잘한다.


어찌 되었건 간에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이지만 그래도 뭔가 작은 거라도 드려야 할 거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모기를 잡아다가 "여기 신기한 물건입니다. 베트남 모기예요." 라며 드릴 순 없지 않은가.


그러다 문득 아내님이 사 오신 베트남 수제 초콜릿에 눈독이 갔다. 요거 하나만 주면 안 되냐고 했을 땐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사장님 드리려고 한다 하니 냉큼 준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장님 소리에 냉큼 주는 걸 보니 나보다 사회생활은 갑일 것 같다. 받아서 좋은데 기분이 묘해서 '에잇' 삐짐이다.


사장님 방에 들어가 여행 다녀오며 가져온 거라며 드렸더니 사장님 왈, "내가 쵸코렛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어?"라며 웃으며 물으셨다. 생각을 조금만 해보면 센스 있는 답변도 참 많았을 텐데 멍텅구리는 이렇게 답했다. "아니오, 몰랐습니다." 참 정직하다. 대단히 정직하다. 놀라우리만치 정직하다. 잘났다 정말.


아니 준만 못한 짓을 하고는 뒷걸음질 치며 방을 나왔다.


문득 생각난다.

7년 전쯤이었나?

그때 재직 중이던 회사의 사장님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있었다. 사장님이 평소 등산을 좋아하셨는데 그 날 따라 양복 차림에 운동화와 백팩을 하셨다. 그냥 입 다물고 있어도 될 일인데 엘리베이터 안의 정적을 깬답시고 "스타일이 독특하세요"라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고 말았다.


아, 멍텅구리야 사회생활 접자.


밥값도 못할 거 같은데 오늘 밤은 옆지기를 대신해 모기에게 피나 빨려드리자.

앵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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