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소소한 일상

일요일엔 xxxx 요리사

by 생각하는냥

청소를 같이 하자기에 꾸물꾸물 대다가 한 소리 들었습니다.

그래서 방에 콕하고 쳐박혔더니 고기를 같이 먹자며 구워왔지 뭡니까. 고기를 한입 물어보니 아내의 사랑이 가득 묻어나는 듯 행복이 쏭쏭 돋아났었습니다.


그런데 먹는 내내 잔소리를 늘어놓는 겁니다. 그 순간 행복은 접시그릇 깨지듯 와장창 깨져버리고 말았죠. 고기앞에서 예의를 차리고 꿋꿋하게 먹어야 하나 아니면 자존심을 지키러 그만 먹어야 할까. 잔소리 한마디만 더 나오면 자존심을 선택해야지 싶었는데 결국 튀어나온 잔소리 한마디.

결국 또 다시 젓가락을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조금 지났더니 아내가 다시 오더니 뭐하냐고 묻더군요.


"응. 나 짜장면 시켜놓고 기다리면서 컴하고 있는 중."


"어? 짜장면? 그거 오면 내가 숨겨놓고 안 줄거야."


그러면서 제가 앉아 있던 컴퓨터 의자를 강탈당했습니다.

그때 순간 뭔가 휙하고 지나가더군요. 안방에 있을 고기 접시가 생각이 난 겁니다.

그 틈에 슬그머니 작은 방을 빠져나와 안방에 가니 새하얀 접시 위에서 따뜻한 숨을 내뱉고 있는 겁니다.

다 먹을 즈음 아내가 오더니


"오빠, 짜장면 언제 시켰어?"


"어. 이 고기 되게 맛있네. 근데, 짜장면? 그거 안 시켰지. 그걸 내가 왜 시켜. 고기가 있는데"


"내 짜장면..."


울상을 짓더니 찬장에 있던 짜장라면을 가져오더니


"그럼 이거라도 끓여줘."


그래서 고기먹은 값을 톡톡히 해주려고 "일요일에 짜파게티 요리사"가 되어 주었습니다.

끓이다보니 너무 국물없이 끓인 듯 싶어 맛이 없다 할만도 한데 아내는 맛있게 먹어주더군요.


"맛없지?"


"맛있어."


맛있게 먹어준 보답으로 청소나 잘 도와야겠습니다. 그래도 꾸물꾸물 대는 건 제 성격탓이니 좀 참아주세요. 소띠를 갖고 태어난 하늘이 주신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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