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밤 이야기

내가 니들 애비다.

by 생각하는냥

마트에서 초등학교 3_4학년 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둘이 카트를 밀다가


"어? 아빠 여기 있어."


라며 제 쪽으로 오는 겁니다. 뒤를 돌아보고 옆을 바라보아도 아무도 없는데 말입니다.


몇발짝 다가오더니


"어? 아니네."


그리곤 다시 뒤돌아갑니다.

얼결에 있지도 않은 사내아이 둘의 아버지가 될 뻔 했습니다. 그냥 아들들로 삼아 버릴 걸 그랬나? 왠지 따라가면 맛난거 사줄거 같은데 말입니다.


아, 저에게는 마나님의 미션을 수행중이라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한라봉과 국수, 그리고 쫄면 포장. 거기에 제가 먹을 불량과자 한 봉지.


그런데 아프시다는 이유로 사온 걸 하나도 못 드시겠답니다. 살짝 미안하지만 제가 먹어치워야 할 거 같아 "내가 다 먹을까?" 물었는데 아무 말이 없는 겁니다. 제가 솔직히 배가 고파서...^^;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이거 이따 먹을거야?"

앗.. 말이 헛나왔네요. 내가 먼저 먹을께 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때 마나님 왈


"응"


아이쿠야.

결국 국수와 쫄면이라는 맛난 걸 앞에 놔두고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습니다. 현재 무한 대기중이며 언제 먹잔 소리가 나올지 모른 채 몰래 사온 불량과자로 주말밤을 채우는 중입니다.


아까 애들 따라갔으면 뭐라도 얻어 먹었을텐데.

아이코 아까라.

"내가 니들 애비다."라고 하고픈 겨울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