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오싹
곤히 잠을 자다 눈을 떴습니다. 밖의 깜깜함으로 보아 새벽 3-4시쯤일 거라는 육감 시간이 발동했습니다. 더군다나 휴대폰의 알람이 울리지 않는 걸로 보아 일어날 시간은 절대 아니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떴던 눈을 다시 덮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눈을 떴습니다. 여전히 밖은 새벽 3-4시쯤의 어둠이 깔려 있고 휴대폰의 알람은 조용합니다. 분명 일어날 시간은 아닌 듯하여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다 또다시 눈을 떴습니다. 여전히 밖은 새벽 3-4시쯤의 어둠이 깔려 있고 휴대폰의 알람은 조용합니다. 분명 일어날 시간은 아닌 듯한데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어둡기만 한 것이고 알람은 혹시 꺼져 있는 건 아닐까 싶은. 그렇게 지각을 한 적이 몇 번 있었으니까.
아니야.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눈만 감았을 뿐 눈이 말똥말똥한 채로 어둠 속에서 눈알만 굴려지는 겁니다. 몇 번을 뒤척이다 결국 온몸을 쭈욱 뻗어 늘어지게 기지개를 한 뒤에야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깜깜한 방안을 혹여 아내가 깨기라도 할까 봐 살금살금 헤집고 나아가다 휴대폰을 집었습니다. 이크 새벽 6시. 가장 애매한 시간이었습니다. 한숨 더 자자니 일어나기 그렇고 그런. 깨어있자니 이따 오후에 피곤이 밀려오게 되는 시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노인네처럼 허리를 푹 수그린 채로 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는데 어디선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냥 잘못 들은 거겠거니 했는데 아주 가까이서 더 잘 들려오는 겁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온 몸이 오싹해졌습니다.
그래도 잘못 들은 거라며 폰을 만지작 거리는데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더 잘 들려왔습니다.
비몽사몽 했던 정신이 바짝 차려지면서 고개를 살짝 들어 눈만 굴려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여전히 주위는 어두워 사물을 구분하기 어려운데 제가 움직일 때에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유독 폰을 만질 때만 소리가 들려오는 겁니다.
이상하다 싶어 폰을 좌우로 흔들어봤더니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려왔습니다.
"아, 충전 케이블."
휴대폰에 꽂혀 있던 충전 케이블이 폰을 만지작 거릴 때마다 움직이면서 나는 소리였던 겁니다.
휴~~~
별것도 아닌 소리라는 걸 안 순간에서야 오늘도 무사한 하루가 시작된 것에 만족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의 정신세계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사람이고,
없는 무서움을 만들어 내는 것도 사람이고,
별의별 생각에 빠져 없는 상상을 만들어 내는 것도 사람입니다.
종종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 잠깐만 정신을 바짝 차려 봅시다. 별것도 아닌 게 등잔불 밑에서 까불고 있는 게 보이기 시작할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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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브라우저의 탭 메뉴를 클릭한다는 게 Home 키가 눌러져 글이 순식간에 지워지는 바람에 잠시 멘붕이었습니다. 꿈속에서는 20년 전으로 돌아가 대학생이 되어서는 수업시간에 늦어 뛰기 시작하더니 60도 이상의 절벽을 추락하다시피 하며 뛰기까지 하더니 눈뜨자마자 접한 사태에 멘붕까지 더해지더이다. 그래도 오늘은 여느 날과 똑같이 시작할 것이고 다르지 않은 하루라는 사실이 오히려 더 안심입니다. 늘 한결같은 하루가 오히려 더 안심인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