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몽

현실의 정체가 실은 꿈나라는 아닐까?

by 생각하는냥

분명 꿈이었다.

현실과는 전혀 다른 직장과 주거지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러던 어느 날 회사를 옮기기로 하면서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니, 왜 잘 다니던 직장을 이직하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이직을 결심하고 이사 갈 집을 알아보느라 분주하게 부동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하철을 타고 서울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서울지도를 꿰다시피 하고 있었다. 서울의 어디 어디로 가면 대중교통이 편하고 이렇게 저렇게 가면 좋겠네 하면서 한참 두뇌를 돌리다가 그만 과부하가 생겼던 모양이다. 보통 꿈나라를 탈출하려면 무언가에 쫓기거나 하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해야 하는데 별 탈 없이 탈출하게 된 건 두뇌의 과부하가 원인이었던 듯싶다.


그래서 그랬나?

잠에서 깬 순간 수면제에 취하다 깬 것 같은 몽롱함에 그 흔한 착각에 빠졌다.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그렇게 잠깐 동안 헤맸다. 마치 세뇌를 당한 것처럼 낯선 곳에서 깬 것처럼 현실과 꿈이 뒤바뀌어버린 느낌이었다. 꿈속에서 지명에 시달리다 보니 꿈에서 깬 순간 현실을 자각하는데 약간의 뜸이 있었다. 어쩌면 치매에 걸린다면 이런 느낌일까?


있을 리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잠깐 정신을 가다듬으며 현재의 사는 집주소와 직장을 되새기곤 그제야 정신의 온전함에 기뻐하며 다행스러운 한숨을 내쉰다. 정말이지 너무도 당연한 건데도 말이다.


두 눈을 비비며 일어나니 아침을 반겨주는 건 어제 먹다 남은 찐 감자 하나. 밤새 꿈나라를 헤맨 탕자에게는 누리끼리 해진 감자 하나도 대단한 보석 같은 존재다. 누리끼리한 겉을 걷어내니 금세 새하얗고 뽀샤시한 속살이 드러난다. 이런 아침을 맞이하라고 너는 밤새 내 옆을 지켰던 거구나.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어줘서 그 마음 보답 하마.


그리고 그 감자를 먹은 게 방금 전 같은데 하루가 뭘 했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벌써 자야 할 시간을 넘어서버렸다. 분명한 것도 없는데 벌써다.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아니한가.


혹시 현실의 정체가 실은 꿈나라는 아닐까? 어찌 이리도 허무하게 하루가 지나갈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지금이 꿈나라라면 무언가에 쫓기다 보면 꿈나라 탈출하고 현실 세계로 깨어날 수 있는 것일까?


지금이 꿈나라인지 아니면 다가올 세계가 꿈나라인지 헷갈리는 하루다. 지독한 2019년이 하루 이틀이면 사라질 마당에 허무한 하루를 시간이라는 녀석에게 날로 잡혀 먹혔다.


뭐가 이다지도 허무하도록 고플까나. 그렇고 그런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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