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에 우리 만난 적 없나요?

by 생각하는냥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몇 번을 그랬는지 모르겠다. 짧은 잠 후에 다시 깨고 짧은 잠 후에 다시 깨고. 깊게 잠드는 게 두려웠던 걸까 아니면 아쉬웠던 걸까 아니면 아니면 아니면 심심했던 걸까?


어느 외국의 이름 모를 식당이었다.

식당 내에는 음식점과 카페가 별도로 운영되었는데 테이블은 공유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난 왜 그곳에서 2인용 테이블을 점거하고 아무것도 시키지 않은 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만 있었을까? 그가 가고 홀로 자리한 테이블에서 여러 시간 동안 뭐한다고 그리도 오래 앉아 있었을까.


어두운 저녁이 되고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나서야 눈치가 보여 일어서 가려는데 카페 주인이 다가와 자리값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근데 말이다. 외국이고 외국사람인데 이 사람 왜 이렇게 한국말 발음이 이리도 정확하고 또박또박한 거냐. 외국 맞아?


근데 실컷 지갑에서 돈을 꺼내 주니까 왜 돈은 안 받고 어딜 가 버린다. 돈을 내라는 거야 아니면 그냥 나가라는 거야.


그냥 나갈까?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돈을 줘야 하나? 어차피 줄 돈이라면 커피나 한 잔 시켜놓고 커피값 지불하고 나갈까?


그러다 문득 점심을 먹었던 기억이 났다. 맞다. 난 이곳에서 지인과 점심을 먹었다. 아까까지는 먹은 기억이 없었는데 이 지랄 맞은 꿈은 기억을 조작한다. 지인과 점심을 먹었는데 왜 자리값을 또 요구하는 것인가. 그리고 카페 주인은 자리값을 요구하고선 자리를 떠버리면 누구한테 돈을 줘야 하는가. 그냥 나가버릴까?


그러다 또 잠에서 깼다.


오늘은 낯선 2020년의 첫 번째 날이다. 구정도 있지만 다이어리나 혹은 어딘가에 적을 년도에 익숙하지 않은 '2020년'을 기록해야 한다. 숫자의 반복 탓인가? 낯선 년도인데 다른 년도에 비해 왠지 모르게 익숙하게 써지는 건 어쩌면 나, 2020년도에 살다가 과거로 갔다 이제야 원점으로 돌아온 것은 아닐까 싶은 상상을 해 본다.


낯선데 익숙한 그 느낌, 이 말투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아, 작업의 시작이다. '그대 어디선가 본 거 같아요.'. '전에 우리 만난 적 없나요?'. 이런 느낌 말이다.


나, 지금 2020년에게 작업을 걸고 있는 걸까? 채이지나 말아야 할 텐데 말이다.


그래도 2020년의 첫날, 깊이 잠들지도 못하고 맞이하였으니 설레어서 그런 거라고 거짓말을 해두면 그대도 거짓말인 줄 알면서 설레어주지 않을까? 거짓인 줄 알면서도 냉큼 나에게 끔뻑 넘어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반갑다. 2020 년아! (욕 아니니 읽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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