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쫄깃한 주말

by 생각하는냥

혼란한 꿈 덕에 잠에서 깼다. 잠이 든 지 겨우 한 시간 만이었다. 꿈속에선 2일 씩이나 보냈다.


뜻하지 않은 잠이 들어 한참을 자다 일어나 시계를 보니 5시 30분이었다. 다시 잘까 말까를 망설이다 일어났다. 일어나 어제저녁 졸면서 보다가 놓친 영화의 몇 장면을 다시 돌아가 찢어진 영화의 파편을 이어가며 스토리를 짜 맞추어 갔다. 그렇게 영화 시청을 마치고 인터넷 기사를 몇 개 클릭하고는 다시 잠자리로 향했다.


혹시라도 옆지기를 깨울까 싶어 살금살금 이불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는데 좀처럼 눈이 감기질 않았다. 고단해서 잠자리로 들어간 건데 오히려 잠은 오질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던 듯싶다.


그리고 이때부터 꿈나라의 2일이 시작되었다.


아내와 이름 모를 유럽의 어딘가로 여행을 간 것 같았다. 그런데 여행을 갔으면 뭐라도 보거나 뭐라도 먹거나 하는 게 당연한 것이고 즐겨야 하는 게 당연한데 그것보다는 여행가방에 있는 얼마인지도 모를 돈을 지킨답시고 오로지 가방만을 챙기고 있는 게 아닌가. 꿈꾸는 내내 뭐 이리 답답한지.


하룻밤 지나고 나서 이틀째 되는 날은 어딘가로 갔다가 조직폭력배가 흘린 금목걸이를 주워 주머니에 넣고는 혹시라도 목걸이가 발이 달려 주머니를 빠져나와 도망이라도 갈까 싶어 주머니를 꽉 틀어막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봐, 난 자그마치 유럽 여행 중이라고. 제발 여행을 느끼게 해 줘. 이런 금목걸이 따위에 신경 쓰여 아무것도 못하게 하다니 이게 무슨 여행이야. 아무리 꿈이어도 너무하지 않나?


심지어는 오토바이 한 대를 빌려 아내를 뒤에 태우고 힘껏 액셀을 밟았는데 가다 보니 속도가 안나는 게 아닌가. 점차 줄어드는 속도에 이게 뭔가 싶어 내려 보니. 헉. 타이어가 없다. 아무리 꿈이어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무슨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도 아니고 계속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설정값이 주어질 수가 있냐. 그래도 여기까지는 나았다.


그러다 그제야 돈이 든 여행가방을 전날 숙소에 그대로 두고 나온 것을 인지해버린 것이다. 아악, 내 돈!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어선 만화영화에서나 나올 법하게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가운데 잠에서 깼다. 헉헉헉헉. 아, 내 돈. 꿈이었어도 얼마인지 봐 둘걸 그랬나. 들어온 돈을 날린 듯한 이 찜찜함은 어째야 하나.


겨우 1시간 만에 2일간의 버라이어티함을 느끼게 해 주더니 평온한 주말을 쫄깃하게 씹어버렸다. 너무 쫄깃했었나? 아내는 아점부터 라면을 끓여 달라고 조른다. 내 꿈이 얼마나 쫄깃쫄깃했었으면 아점부터 라면인가. 어쩌면 사라진 타이어가 라면으로 환생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말이다, 라면은 뺐어먹어야 제맛 아닌가. 내가 끓여 먹으려고 하니 아침부터 투덜거리게 된다. 그런데 누구는 좋겠다. 끓여준 라면 먹게 돼서. 일부러 퍼지게 끓이면 담에는 안 시킬까? 누구 라면 맛없게 끓이는 법 아시는 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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