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기차표 예매

이런 나쁜 새끼들을 보았나

by 생각하는냥

몇 번은 성공했었다.

단지 그 몇 번뿐이었다. 새벽부터 잠을 설치며 그날만을 기다렸다. 그동안 단련해 온 클릭 신공을 실전에 써먹어야 하는 그 날이 온 것이다. 바로 명절 기차표 예매 말이다.


약간의 클릭의 차이가 심한 버퍼링을 가져온다. 일단 성능 좋은 PC와 빠른 네트워크 그리고 숙련된 클릭질의 삼위일체가 되었을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명정 기차표 예매다.


명절 기차표 예매는 대개 명절 약 한 달 전쯤부터 첫날 경부선 예매를 시작으로 다음 날 호남선을 예매한다. 언제부턴가 성능 좋은 PC와 빠른 인터넷의 보급이 급속도로 널리 퍼지면서 게다가 클릭 신공을 연마했지만 노화된 손가락으로 인해 점차 예매 안정권에서 밀려나기 시작하며 이젠 예매 자체를 포기하다시피 했었다. 예매 공지가 떠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좀 달랐다. 예매 시작 30분 전부터 눈이 떠져서는 예매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뭐 어쩌랴. 일어난 김에 굳이 할 일도 없는데 예매하고 말지.


PC를 켜고 컴퓨터 앞에 앉아 홈피에 접속하니 07시부터 예매를 시작한다는 게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클릭질을 해보니 아직은 시간이 아니라는 경고창이 떴다. 6시 59분에 알람을 맞춰놓고는 시간 보내기를 하고 있었다.


알람이 울렸다. 아, 이제 1분 남았구나. 슬슬 시동을 걸어본다. 붕붕.


아직 30여 초 이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예약 버튼을 클릭해보았다. 또 경고창이 뜨겠지 싶었다. 어라? 그런데 이게 뭐야? 아직 7시가 되지 않았다는 경고창이 떠야 하는 게 맞는데 처음 보는 창이 떴다. 잠시만요. 이게 대체 무슨 숫자인가요. 대기자가 8천 몇 명? 아직 7시도 아닌데 무슨 대기자가 갑자기 8천 몇 명? 여보세요 이거 반칙 아닌가요, 아직 30초 남았다고요.


07시부터 예매를 시작한다고 하더니 새빨간 구라였나. 아마도 59분 즈음을 전후로 예매가 시작된 듯 보였다. 아침부터 멘털은 가출을 시도한다. 멩멩멩멩멩멩


본인들도 분명 시간차를 알았을 거라고 본다. 증거는 없지만 같은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예매 서버의 시간과 실시간의 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명절 예약이지 않은가. 예매 서버의 시간을 실시간 기준으로 세팅을 해놨어야 하는 게 맞다. 어쩌면 그들은 일부러 서버 시간을 맞추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이 시간의 간격을 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이 팁을 십분 이용해 미리 잘 활용했을 거라고 본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 '아, 이런 나쁜 새끼들을 보았나'.

'새끼'란 단어는 포털 daum에서도 금지어는 아니다. 오히려 '새퀴'가 금지어다.

그럼 새끼는 욕이 아닌 걸로.


명절 교통대란이 남의 일인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TV 속의 교통대란이 나의 일상이 되리라고 그 누가 알았을꼬. 멋모르고 엄니가 해준 명절 음식에 배 따시게 먹어가며 방바닥을 뒹굴러 다녔던 그 평온했던 때가 참 좋았었다. 모르는 게 약이었던 그 시절이 너무도 좋았었다. 아는 게 힘이라더니 실은 알게 되니 힘만 쓰고 용만 쓰게 되는 야속한 세월의 차디찬 풍파만을 맨 얼굴로 맞는 듯하다. 살살 때려라. 많이 아프다 아이가.


이런 시기가 몇 해를 또 거치고 나면 이런 바보 같은 일들도 추억이 되어버리는 그런 날도 오겠지 싶긴 하다. 그때 가선 이렇게 어렵게 표 구하던 때도 있었노라며 코웃음을 치며 하늘을 날아다니며 성묘를 다니는 그런 날이 오겠지.


2020 원더 키디의 꿈을 이루지 못한 2020 년이긴 하다만 로봇을 타고 날아다닐 날이 오기는 하지 않겠나. 그전에 온난화로 지구가 먼저 망해버릴지도 모르긴 한다. 뭐 어쨌거나 그러든지 말든지 난 명절에 나의 길이나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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