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하늘나라 선녀님들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때 아닌 한 겨울의 여름 비다.
지금까지 겨울에 이렇게 폭우가 내렸던 적이 있었던가? 신기하리만치 그렇게 여름 비 같은 장대비가 한 겨울에 내렸다. 날만 추웠더라면 아마도 눈발이 날렸어야 했을 것 같은 날에 여름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아마도 내일까지 이어질 듯싶다.
이대로라면 어쩌면 어쩌면.....
올 겨울에 제대로 된 함박눈을 보는 것은 어려울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겨울이 눈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그냥 지나가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기는 극성이다. 눈도 안 오는데 감기라니 너무 하지 않은가. 언제는 공평했던 적이 있었나. 투덜투덜.
처음으로 롱 패딩을 사 입었다. 올해도 몹시도 추운 날이 분명 있겠지 싶었으니까 조금은 따뜻해 보겠노라고 애써 사 입었다. 겨울을 보내다 보면 언젠가는 폭설도 내릴 거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애써 사 입었다. 그런데 나의 롱 패딩은 여름 비 같은 겨울비를 온전히 처맞고 계시다. 불쌍하다. 넌 하필 주인을 잘못 만나 한 겨울에 눈이 아닌 비에 젖어가고 있으니 이 무슨 수모란 말인가. 옷 가게 주인에게 항의라도 하면 가게 주인이 열이 받아 백일기도를 지성으로 드려 빗방울을 눈송이로 바꾸게 해 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다. 그보다는 내게 저주를 내리겠구나.
잠깐 자다 일어나니 목이 간지러워 절로 콜록콜록거린다. 눈도 안 오는 마당에 목감기라도 걸린 것일까? 난데없는 콜록거림에 한참을 투덜거리며 물도 마시고 치카치카도 하고 가글가글도 하고 목에 좋은 것들을 찾아서 이 불공평한 일에 대처를 해 본다. 감기일까 아니면 잠을 잘못 잔 걸까. 집에 들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게 손부터 씻은 일인데 이렇게까지 하고도 목이 근질근질 거린다면 대체 무슨 수로 감기를 예방하냐고요. 면역력이 떨어진 건가 싶어 어딘가 꼬불쳐두었던 홍삼을 발견하곤 이내 한 입에 꿀꺽해 본다. 광고에서처럼 몸 주변에 방어망이 쳐지는 걸까?
한 겨울에 이런 여름 비를 내려주시니 뭔가 이상하다. 대체 하늘나라 선녀님들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아무래도 선녀님들이 정규직 모두 퇴사당하고 알바나 하청업체로 메워진 것은 아닐까 염려스럽다. 지상계가 정규직 대신 알바나 하청업체에 일을 넘기는 것이 일반화되어가니 천상계도 자연스레 바뀐 것은 아닐까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옛말이다. 기술이 좋아지는 세상이다 보니 이젠 물도 역류를 한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디 정규직 선녀님들이 다시 복직하게 해 주소서.
천상계의 신문고인 정화수 한 그릇 떠다 백일기도를 지극정성이라도 드려야 할 모양이다. 아차. 백일 후면 이 겨울이 다 지나가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