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또 다른 형태의 꿈의 영역은 아닐까.
꿈나라에서는 현실에서처럼 열심이다. 꿈나라라는 걸 인지하지 않는 한 현실로 착각하여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현실에서처럼 열심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한 기억도 조작된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방바닥은 따뜻한데 공기가 추웠다. 이상하다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창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조작된 기억은 '아 맞아. 어제 환기시킨다고 창문 열었는데 안 닫고 잤지?'라고 한다. 꿈속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작 꿈속에서의 어제는 없었다. 오래전 그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엮어가고 있었던 것처럼 기억의 조작이 작동한 것이다. 마치 영화나 소설 속의 캐릭터라도 된 듯.
한때는 꿈나라라는 걸 인지하고 꿈속을 내 세상처럼 조정했던 때가 있었다.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 같은 존재까지는 아니어도 마음대로 조종이 가능해서 꿈을 꾸는 게 너무도 즐거웠던 때가 있었다. 그런 세상이었던지라 현실에서는 해서는 안 될 것들을 꿈에선 거칠 것 없이 마음대로 했었다. 뭘 했는지는 비밀이다. 궁금하나? 두 손을 모으고 초롱초롱한 두 눈망울로 서글프게 바라본대도 안 알려줄 것이다. 많이 궁금하시라.
어쨌든 그땐 스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시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어떤 일을 계기로 그랬는진 몰라도 어느 날부턴가 통제가 되지 않았다. 다시 꿈속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꿈속에서조차 꽤 도덕적인 인간이 되고 말다니 너무 서글플 뿐이다.
그런데 말이다.
현실이라는 것도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꿈의 영역은 아닐까? 다만 꿈과 꿈이 계속 이어지는 속성이 조금 다를 뿐 또 다른 형태의 꿈나라 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정신만 바짝 차린다면 이 세계도 내 마음대로 제어가 가능해지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출근길 사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뽕뽀옹'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설마. 설마 어떤 미친 인간이 그런 소리를 만원인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럴 수 있겠나.
아뿔싸. 옆을 바라보니 그가 타고 있었다. 1월 2일에 게시한 글의 그 엘리베이터 안의 방구쟁이 빌런(악당)이 오늘도 같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을 1월도 이제 겨우 17일 지난 시점에 벌써 두 번이나 당한 것이다. 정말 이건 꿈이겠지? 꿈일 거야. 꿈이 맞아. 꿈이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 아니겠어.
이 세상을 통제하기 시작한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저 방구쟁이 빌런부터 없애는 일 말이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정신을 집중하면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을지어다. 저 방구쟁이 빌런 때문에 이런 결심까지 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