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넘어선다.
장모님 생신이라 주말 동안 처가에 다녀왔다.
다른 날의 일요일 아침이었다면 고이 자느라 정신없을 아내였는데 일찍 일어나 방을 나가더니 한동안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 화장실을 이리도 오래 다녀오나 싶었다. 한참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는 날 부르는 게 아닌가.
내려갔더니 미역국에 고기반찬이 한 상 차려져 있었다.
엄니 생일이라고 부지런하게 일어나 상을 차린 거였구나.
아침을 먹고 이런저런 것들을 하다 집이 하두 조용하길래
안방 문에 지그시 열어보니
장모님과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는 게 아닌가.
다정하게 자는 모습에 그 평화를 방해할 수 없었다.
같이 부둥켜안고 자는 것도 아닌데 애틋해 보였고
서로 다른 자세로 자고 있는데 서로 닮아 있었고
떨어져서 자는데도 모녀라는 끈이 끈끈해 보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뭐하러 내려오냐던 장모님과
코로나19 때문에 오지 못한 다른 형제들 탓에
우리는 왜 온 거냐며 괜스레 투정을 부렸던 내가 참 잘못했구나.
나빠 쳐 먹었구나.
이리도 좋은 모녀의 사이에 훼방을 놓을 뻔했으니.
감성적인 판단을 이성으로 제어하려고 했던가.
이성이 제 아무리 평타를 친다 하더라도
홈런을 때릴 수는 없나 보다.
모녀의 시간은 세월을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