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라란

고구마 백개를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이 가득한 나라다.

by 생각하는냥

꿈은 마치 피카소의 그림처럼 늘 변칙스럽다. 단 한 번도 논리적인 형태로 꾸어진 적이 없다. 그래서 꿈은 깨어나자마자 기억의 방에 저장을 해야 한다. 비논리적이라서 장면 장면이 연결되지 않는 덕에 금세 잊어먹고 만다. 그리고 꿈나라는 늘 고구마 백개를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이 가득한 나라다.


출근을 위해 밀리는 지하철 인파를 헤치고 가는데 뜬금없이 난생처음 보는 운동장이 나타난다. 그런 가운데 둘러메고 있던 파란색 천으로 된 가방을 마치 볼링공 굴리듯 운동장에 던졌다. 가방을 왜 던졌을까? 던진 나도 참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어쨌든 던져진 가방은 마치 컬링 스톤이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 쭉쭉 미끄러져 나갔고 한참 가서야 멈추었다. 가방을 주으러 전력질주를 하는데 꿈속이 늘 그러하듯 고구마 백개는 먹은 것 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게 한없이 더디다. 아, 이러지 말자.


그러는 사이 젊은 사내와 두 처자가 가방을 주워가는 게 아닌가.

'이봐, 그 가방 내 거라고. 거기 내려놔.'

그러나 외쳐봤자 소용없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여기는 꿈속이고 고구마 백개를 먹은 것 같이 아무리 질러대도 소리는 밖으로 나오질 않으니까. 아, 진짜 너무해.


결국 가방은 그들이 주워갔다. 다행인 건 그들이 멀리 가지 않고 운동장을 지나 웬 가판대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가판대에서 금세 옷을 갈아입었다. 1평도 채 되지 않는 가판대였는데 세명이나 들어가다니. 옷은 언제 어디서 갈아입었고 더군다나 그 좁은 공간에 일꾼이 왜 세명이나 되냐고. 인건비도 안 나오겠다.


그들은 가방을 열더니 거기서 화장지 몇 장을 꺼내 들었다.

'야, 그거 내 거야. 건드리지 마.'

그렇게 외쳐봤자 역시나 들릴 리 없었다. 그렇다. 여기는 꿈속이다. 내뜻대로 되는 게 없는 고구마 백개의 꿈속이다.


있는 힘껏 달려가 겨우 가판대에 이르러 가방 내놓으라고 하니 그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방을 주는데, 희한한 건 가방은 안 주고 포장지로 싼 뭔가를 주는 게 아닌가. 아니야, 이거 말고 가방을 달라고.


불끈거리며 따지려는데

"삐이이이 이 이이 이, 삐이이이 이 이이 이" 경고음이 귀를 때렸다. 그리고 잠에서 깨었다. 일상화가 되어버린 코로나19 경고 알람 소리에 깬 것이다.


고구마 백개의 세상에서 깨어난 것은 참으로 고마운데 하필이면 포장지를 뜯을 무렵에 깼을까. 그 안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현실 세계로 나와봤자 답답한 것으로는 고구마 백개의 연장선상이다.


에라이.

고구마나 쪄 먹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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