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바다가 아니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자

by 생각하는냥

회사 오가는 길에 남성 전용 미용실이 하나 있다.

얇디얇아 온실 속의 화초처럼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모발을
공사판 철근 다루듯 거칠게 다루던
남자 미용사 때문에
한 번 가고 발길을 끊었던 곳이다.

회사 오가는 길에 있다 보니 종종 안이 들여다 보이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주인이 바뀐 거 같아 오래간만에 들리게 되었다.

이발을 하던 중 붙임성 있던 미용사 아주머니로부터
그 사이 주인이 바뀌었고
본인이 운영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단 얘기에

나 또한 이실직고를 하게 되었다.
이전 미용사 분 손길이 너무 거칠어 한 번 오고 말았다고.
그러자 웃으시며 삐져서 그동안 안 온 거냐며 물었다.
그러자 번개와 같은 속도로 삐진 게 아니라 피한 거라고 답하기는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반응은 누가 봐도 삐진 게 분명했다.

그동안 난

피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삐진 거였다.

그냥 그때 그 자리에서
너무 거치니까 살살해달라고 솔직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삐져버려서 참았고 회피했던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개 아무것도 아닌 양 참지만

실은 마음에 두고 오래가는 게 많다.
그냥 솔직하게
그렇지만 너무 장황하지는 않게
싫다는 표현을 하면 끝날 일을
굳이 수일 수개월 수년 동안을 마음에 두고 사는 건 뭔가.

나쁜 습관이고 버릇이다.

난 바다가 아니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 하자.


'아뿔싸'
말하는 사이 방심한 틈에 머리카락이 생각보다 짧게 잘려 나갔다.
망했다.
택시를 탔을 때 기사에게 말 거는 것과 이발할 때 미용사에게 말 거는 게 삼가야 한다.
자칫 멀리 돌아가거나 원하는 머리스타일을 비껴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려나간 머리칼 아래로 얼굴이 받혀주니 다행이지 않나.
아. 짜식. 좋아 좋아.

(그냥 이렇게라도 세뇌하련다. 지구 평화를 위하여)

keyword
작가의 이전글꿈나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