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회군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을 하였고 난 2020년 봄날 신호등 회군을 결심한다

by 생각하는냥

1388년 (우왕 14년) 태조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을 하여 조선 건국의 기반을 다진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2주째다.

2주째 어찌 집밥만 먹을쏘냐.

집 앞 식당에서 배를 채워보았다. 그리고 후식으로는 별다방 행이다. 코로나 때문에 밥집이나 다방이나 한가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직원들도 바쁘지 않아 스트레스가 없으니 다들 친절했다. 물론 평소에도 친절했을 그들이었겠지만. 한적한 이 여유 너무도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바깥공기도 충분히 쐬었다 싶어 집에 가려고 신호등을 건너는데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춘 아내가 팔을 붙잡았다.

'왜?'.

쇼핑하러 갈 건데 짜증 낼 건지 아닌지를 물어왔다. 쇼핑에 최적화된 아내와 최적화되지 않은 남자는 신호등에서 고민에 빠졌다.

'쇼핑?'

봄에 접어드니 봄옷 한 벌은 필요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한창인데 쇼핑을 하자고? 불안하기는 한데.

'알았어. 짜증 안 낼께.'

불안한 마음 있었지만 아내를 쫒아가기로 굳은 약속을 하고는 되돌아 섰다.


굳은 결심의 태조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을 하였고 난 2020년 3월 봄날 백화점을 박살내기로 작심하고 '신호등 회군'을 하였다.


집 근처 백화점에 들어서니 세일이 한창이었다. 바지 한벌이 만원이란다. 이것저것 주워 담고 있는데 친절한 주인아주머니가 또 다른 옷을 가져와 보여주며 이거 좋은 거 같다며 건네주셨다. 마다하지 않고 입어보곤 그 역시 챙겼다. 담다 보니 보따리만 3개였다.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코로나 영향이 있나요?'

손님이 많이 줄었단다. 어차피 신종 감기일 뿐인데 사람들이 너무 조심한단다. 조심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데 라며.


코로나19가 전염속도가 빠르기는 하나 죽을병은 아니지 않은가? 대한민국 내 6천 명 확진자 중에 사망자가 40명이다. 게다가 대부분이 기저질환자란다.


그렇다. 코로나 19가 제 아무리 전염속도가 빠르다고는 하지만 치사율이 1%도 되지 않을 만큼 대한민국에는 빵빵한 의료진이 백으로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빵빵한 의료진 뒤에는 막강한 의료보험이 치료비의 부담마저 덜어준다. 그러니 무서울 게 뭐 있나.


그 흔하디 흔하던 마스크가 우습게도 지금은 마스크 대란이다. 언제부터 마스크가 이리 인기 많았던가. 인기가 아이돌을 추월한다. 마스크 쓴다고 바이러스를 완벽 차단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도 마스크를 너도나도 구하려고 바둥바둥거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필요한 기저질환 환자들이 마스크 착용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감기 증상이 없는 면역력 짱짱한 사람들만이라도 기저질환자들에게 며칠간은 마스크를 양보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가 치사율 1%도 안 되는 전염병에 이리도 벌벌 떨어야 할까?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건 우리들 마음속에 숨어들은 공포가 아닐까?


공포는 어느덧 우리의 이웃인 자영업자들의 생계까지 잡아먹으려 한다. 자영업자인 우리 이웃은 하루하루 견뎌내는 게 얼마나 힘이 들까. 그들에게는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보다 하루하루 버티는 게 더 힘들고 무서울 것이다.


그거 아는가 모르겠다. 맛집은 아직도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린다는 것이다. 그 말인즉 집 앞 식당에 가더라도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 아닐까. 그리고 말이다. 확진자가 말이 6천이지 다수는 대구, 경북에 몰려 있다. 대구, 경북 주민들도 이웃 먹여 살릴 고민을 하는 기사들이 쏟아지는데 하물며 그 이외의 지역들이 움츠리고만 있다는 건 매너가 아니다.


굳이 집에만 있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이웃을 방문하자. 봄이니 새 봄옷도 사고 가끔은 빵 생각도 하고 가끔은 순댓국 생각도 하며 그렇게 바깥공기도 마시고 먼 산도 바라보며 살아가자. 아직 바깥바람이 차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늘은 너무도 아름답다. 건조하던 땅도 촉촉한 흙내를 뿜어대고 있지 아니한가.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한 것처럼 이제 우리도 일상으로 회군하자. 다만 막 나가지는 말고 적당한 선에서 건강한 사람들부터 차근차근 일상으로 돌아가자.


우리 뒤에는 여전히 빵빵한 의료진과 막강한 의료보험이 진을 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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