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호구를 한눈에 알아보는 것일까.
며칠 전 시장에 가니 이불을 파는 코너가 있었다. 베개가 해어진 탓에 사려고 둘러보니 마침 메밀 반달 경추베개가 보여 가격을 물었다.
인터넷에서 살 수도 있었지만 가격차이가 나면 배송비 정도 차이 나겠지 싶었는데 인터넷 가격보다 무려 2배를 받으려는 게 아닌가. 이쁘지도 않고만. 머뭇거리니 나름의 한 방이라 생각하고 한 마디를 더 던지셨다. 그거 그대로 사용하면 벌레 나와요. 벌레? 그 말하면 살 것 같은 호구처럼 보였는가 보다. 시장 상인 살리려다 주머니 털리겠다.
결국 시장 말고 다른 날 어느 상점에서 베개를 샀다.
그 일이 있고 며칠 뒤 약국에 들려 목이 칼칼하니 잘 듣는 약 하나 달라고 했더니 양약과 한방약을 섞어 두 개를 주는 게 아닌가. 이 양반은 산수를 못하나. 하나 달랬는데 왜 두 개를 주고 그래. 보통 3천 원이면 해결될 일을 무려 8천 원이나 주고 말았다. 말을 끊고 그냥 약 하나만 주세요라고 했어야 했는데 주는 대로 받다니.
호구냐?
재택근무하던 때였다. 근처 돈가스 가게로 가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우리보다 늦게 온 옆 테이블이 먼저 나오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 싶어 멀리 보이는 주인아저씨만을 째려보기 시작했더니 뭔가 반응이 나타났다.
뜨아. 안돼. 저 표정은 대개 주문이 누락되었을 때의 당황한 표정이다. 멀리서 주인아저씨가 빈손으로 우리 테이블로 걸어오고 있다는 건 더 확실한 증거였다. 오자마자 미안하단다.
미안하다는 말에 마음 넓은 척 말한다.
'괜찮습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버럭. 속마음만 불타오른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실수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스크림이라든지 혹은 돈가스 한 덩이라든가 혹은 빵 한 조각이라든가 하다못해 밥알 하나라도 더 준다든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니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엄청 쿨해 보였는가 보다. 뒤끝 죽이는데.
아, 나 호구였구나.
궁금하다.
그들은 어떻게 호구를 한눈에 알아보는 것일까?
#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