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는 진행 중

이 세상의 모든 남편 분들께

by 생각하는냥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끝나니 허전하다. 뭔가 게임 '삼국지'에서 밤새가며 삼국을 통일하고 난 후 밀려드는 뿌듯함과 허전함의 쾌감이 거의 비슷하다.


원작의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말이었다고 하는데 원작이 어땠는지는 굳이 찾아서 보고 싶지는 않다. 김희애의 열연 덕에 원작이 별로 궁금하지 않아서다.


이 드라마를 끌어간 큰 줄기는 지선우(김희애 분)와 이태오(박해준 분) 사이의 끊임없는 공방이었다. 그 둘의 싸움은 마치 '스트리트 파이터'의 3회전을 보는 듯싶었다. 순간의 방심은 야심 찬 한 방에 의해 그대로 KO로 연결되었기에 그러한 쫄깃한 볼거리는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케이블 방송 드라마 부문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드라마 마지막 회에는 대체로 내레이션이 존재한다. 마지막까지 달려온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주려는 요소다. 그런데 지극히 주관적으로 보건대 이 드라마에서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이프로 부족하다. 뭔가 정리라는 느낌보다는 일기식의 푸념 조가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게다가 너무 길었다. 그걸 다 적고 나면 화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사실 내레이션을 주제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려다 너무 길어 포기했다.


이 드라마의 주를 이룬 것은 지선우 커플이었다. 그러나 부부라는 것을 단지 이 둘만의 이야기로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으랴. 아마도 작가나 연출가는 또 다른 커플을 통해 또 다른 부부에 대한 담고자 하는 이야기를 표현한다. 바로 고예림(박선영 분) 커플, 민현서(심은우 분) 커플을 말이다.


지선우 커플을 통해서는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굳이 저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치열했던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이야기를 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태오를 너무도 뻔한 치졸한 놈으로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마지막은 좀 싱거워진 맛도 더러 있었다.


그래도 이태오에게는 오로지 지선우였던 듯 싶다. 여다경(한소희 분)을 지선우 대용으로 만든 것 자체가 그러했다. 결국 그는 지선우와 그의 아들 이준영의 품 안으로 다시 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그것도 그녀의 지인들과 더불어 그녀를 능욕하지 않았냐. 그게 너의 죄다.


고예림 커플은 정략결혼이었던 커플이 사랑을 찾아가는 듯하며 뻔한 결론을 맺을 뻔했다. 하지만 보지 말았어야 했을 것을 이미 봐버린 사람의 상처는 그 어떤 사랑으로도 쉽게 아물지 못했다. 지선우의 지원군으로 등장한 최회장의 아내(서이숙 분)도 남편의 외도를 알았지만 그녀는 그녀의 자리를 버리지는 않았다. 외도 때문에 포기하기엔 잃어버릴 게 너무 많은 위치였다. 그럼 고예림은 버릴 게 많지 않아서 이혼을 선택한 것인가? 그건 아니고 아물지 못할 상처를 견뎌낼 만큼의 나이가 아니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결국 고예림은 이혼을 선택하고 홀로 선다. 그럼에도 당황스러운 것은 고예림의 남편이었던 손재혁(김영민 분)이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른 여자와 결혼하여 쇼핑을 하는 모습이라니. 그에게는 고예림이 아니어도 되었던 모양이다. 그냥 여자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민현서(심은우 분) 커플을 통해서는 아무리 지고지순하더라도 데이트 폭력에 대한 경고를 담고 싶었던 것 같다. 민현서만을 바라본 박인규(이학주 분)였지만 그의 폭력은 절대 용인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 더 이해 못할 것은 그를 떠나지 못하는 민현서였다. 폭력을 휘두르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놈이 불쌍해서 떠나지 못하는 민현서. 그녀는 지선우에게 고백한다. 왜 떠나지 못했는지를. 박인규가 불쌍해서라고. 그래서 지선우도 이태오가 불쌍해서 떠나지 못할 거라며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현서는 굳은 결심을 하고 박인규를 떠나기로 한다. 그리고 민현서로부터 버림을 안 박인규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생을 마감한다. 폭력만 없었더라면 제일 괜찮았을 놈이었다.


이 세 커플 중에서 바람을 피우지 않은 남자는 민현서의 남자인 박인규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폭력을 행사했다. 그런데 폭력은 이태오도 쓰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폭력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고예림의 남편 손재혁뿐이었다. 아, 그런데 이 놈은 시간만 나면 여자랑 바람을 폈던 놈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보면 또다시 박인규가 제일 낫다. 아 근데 이 자는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나. 아, 이런 제길. 계속 도돌이표다. 그냥 셋다 나쁜 놈이다.


결론적으로 세 놈 모두 나을 게 하나 없는 놈이다. 그러고 보니 이 드라마의 가해자는 모두가 남자였구나. 아뿔싸. 그랬구나. 이 드라마는 애초에 부부가 같이 보면 안 되는 드라마였고 특히 남자가 보면 안 되는 드라마였구나. 부부끼리 보게 되면 남편만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드라마였구나. 그걸 드라마 다 끝나고 나서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눈치를 채다니.


아마도 6부까지만 보고 흥미를 잃어버린 아내 덕분이 크지 않나 싶다.


마지막 회까지 그대들의 아내 분과 같이 시청하느라 곤욕을 치르신 이 세상의 모든 남편분들께 '참 대견하셨습니다'라는 격려의 인사말을 드려본다.



[덧붙임]


대한민국 인구가 오천만이고

그중 남녀 비율이 반반이라 가정하면

이성의 비율은 2,500만이다.

그중에서 결혼에 성공할 나이 또래로 위아래 포함 10살 정도라 하면

1백 살 세상에서 10살이니 약 10% 정도인 250만 명이

결혼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그런데 그중에 결혼하는 대상은 재혼 포함 2명이라 쳐도

2명 vs 250만 명이라는 매우 희박한 비율로 결혼에 성공들 하신 게다.

이게 국제결혼으로 치면 오천만에서 70억 인구로 확대가 된다.

그러니까 매우 희박한 확률을 뚫고 결혼을 해서 사시는 거니까

결론인즉슨, 둘이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잘 살라는 얘기다.

어차피 세상에 당신과 나 둘 밖에 없지 않은가.

(여기서 일부다처제 혹은 일처다부제의 세계는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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